“대북전단 살포방지 조례에 국회 답해야”
연천군의회 첫 조례 통과
강제조항 아닌 ‘권고’ 한계
국회에 관련법 제정 촉구
최북단 접경지역인 경기 연천군의회가 전국 최초로 ‘대북전단 살포 방지 조례'를 의결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해당 조례가 대북 전단 살포를 강제로 막을 수 없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와 국회가 관련법 개정 등 국민안전을 위한 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일 연천군의회에 따르면 연천군의회는 지난달 27일 본회의를 열고 ‘연천군 남북협력 및 접경지역 안전에 관한 조례’를 의결했다. 이 조례는 접경지역에서 남북 간 대치와 긴장을 고조시키는 위험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대책 수립 및 시행, 주민 교육, 홍보 등 관련 활동을 군수의 책무로 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연천군은 ‘공공의 질서를 저해할 수 있는 행위와 접경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방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특히 이 조례에 대해 연천군의회 다수당인 국민의힘 의원들도 반대의견을 내지 않아 별도의 표결 없이 여야 합의로 통과됐다. 연천군의회는 국민의힘 의원 5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2명으로 구성돼 있다. 조례를 발의한 윤재구 민주당 의원은 조례안 통과에 앞서 “정치와 이념을 떠나 안전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요구하는 접경지역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달라”며 동료의원들을 설득했다.
연천군의회가 조례를 의결하자 경기도와 파주시도 관련 조례 제정을 검토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앞서 경기도와 파주시는 대북전단 살포 단체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적극 대응하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 6월 통일부에 상위법 개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도는 “상위법 개정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조례 제정을 검토해 볼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 해당 조례는 대북 전단 살포를 강제로 막을 상위법 등 근거가 없어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해당 조례에 대해 연천군이 재의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접경지역 주민 피해를 막기 위한 국회 차원의 관련법 개정과 정부의 실효성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윤재구 연천군의원은 지난달 27일 본회의에서 5분 발언을 통해 “현재 대북전단 살포 사전신고 및 접경지역에서의 전단 살포 행위가 국민의 생명, 신체에 위해를 끼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돼 있다”며 “국회는 접경지역 주민안전을 위해 조속히 해당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접경지역 주민과 자주통일평화연대는 10일 경찰청 앞에서 ‘대북전단 살포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최근 잇단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행위 원인이 민간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에 있다며 오는 10월 중순에 이들 단체가 예고한 통일대교에서의 전단 살포에 대한 조치를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대북전단은 5월부터 9월 사이 총 51회 살포됐으며 접경지역 일대에서의 충돌 위기를 조장하는 전단 살포는 정전협정 위반·항공안전법 등 현행법 위반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들면서 대북전단 살포를 사실상 옹호했는데, 국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표현의 자유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제도가 있는데도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은 직무태만”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부승찬(경기 용인병)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북한의 오물풍선 낙하로 주민 2명이 부상을 입었고 서울시와 경기도가 파악한 피해규모는 지난달 26일 기준 72건, 피해액 3억원을 넘어섰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