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정산 사태’ 구영배 구속영장 기각
법원 “다툼 여지, 증거인멸 우려 없어” … 류광진·류화현도 구속 면해
검찰 “보강수사 후 영장 재청구 결정” … 피해자들 “구속 수사 필요”
티몬·위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의 최종 책임자로 지목된 구영배 큐텐 그룹 대표와 계열사 경영진에 대한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됐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신영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횡령·배임 등 혐의를 받는 구 대표와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에 대해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신 부장판사는 구 대표에 대해 “이커머스 플랫폼 사업의 성격, 티몬·위메프 인수와 프라임 서비스 개시 경과, 기업집단 내 자금 이동 및 비용분담 경위, 미국 전자상거래 회사 '위시' 인수와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 추진 동기와 과정 등에 비춰 보면 범죄혐의를 다툴 여지가 있다”며 “방어권 보장의 필요성이 있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또 “수사 경위, 확보된 증거자료, 피의자가 수사와 심문에 임하는 태도 등을 고려하면 피의자가 도망가거나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신 부장판사는 류광진·류화현 대표에 대해서도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고 “피의자의 기업집단 내에서의 위치와 역할, 수사 과정 등을 고려하면 구속 사유 및 그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앞서 검찰은 구 대표와 류광진·류화현 대표에 대해 정산대금 지급 불능 상황을 인식하고도 판매자들을 속이고 돌려막기식 영업을 지속해 1조5950억원 상당의 물품 판매 대금을 가로챈 혐의로 지난 4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에게는 티몬과 위메프 상품을 큐익스프레스에서 판매하게 하는 등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티몬과 위메프에 692억원의 손해를 입히고, 위시 인수 대금 등으로 티몬·위메프 자금 671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적용됐다.
지난 7월말 전담수사팀을 구성한 검찰은 본격적인 수사 착수 2개월여 만에 핵심 피의자들의 신병 확보에 나섰지만 법원이 범죄 혐의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함에 따라 향후 수사 차질이 예상된다.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서울중앙지검 티몬·위메프 사태 전담수사팀(팀장 이준동 부장검사)은 입장을 내고 “구속영장 기각사유를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본건은 다수 피해자들에게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사안”이라며 “피해상황 및 피해진술 청취 등 보강수사를 진행한 후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피해자들은 법원의 영장기각에 우려를 나타냈다.
피해자단체인 검은우산 비상대책위원회는 11일 입장문을 내고 “분명 배임, 횡령, 사기 혐의가 있고 이미 여러 증거 인멸과 꼬리 자르기, 사태 축소 및 은폐 시도 정황이 포착된 상황”이라며 “조직적 범죄 사실 은닉과 도주를 방지하기 위해 구속 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뿐 범죄 사실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라며 “검찰의 꼼꼼하고 철저한 수사와 범죄 사실에 대한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고 촉구했다.
비대위는 티몬·위메프뿐만 아니라 큐텐그룹 임직원, 납품처 등의 피해자들과도 결속해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집회를 통해 사태의 심각성과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알린다는 계획이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