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공포’에 빠진 정치…세수확대 난제
‘증세’ 주장하던 민주당 , ‘종부세 트라우마’에 주춤
예정처 “면세자 축소·감세 구조조정·금투세 시행”
정치가 ‘증세 공포’에 빠져들었다. 증세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더불어민주당이 ‘종합부동산세 트라우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형국이다. 보수진영은 ‘증세’보다는 ‘감세’를 통한 경제활성화와 낙수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11일 국회 예산정책처는 ‘제22대 국회 조세정책 개선과제’ 보고서를 통해 세수 확보 방안으로 소득세 면세자 비율을 낮춰야 한다고 제시했다.
소득세 평균 실효세율(2022년, 외벌이 2자녀가구 기준)이 4.8%로 OECD평균인 10.1%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고 2014년 48.1%에 달했던 면세자 비중은 2021년 35.3%로 감소하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미국(31.5%), 일본(15.1%), 호주(15.5%) 등 선진국보다 높기 때문이다. 예산정책처는 현행 면세점 수준을 유지하기만 해도 면세자 비율이 2029년 25%대, 2034년 20%대로 축소될 것이라며 추가적인 세율 조정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세기반을 확충하기 위해 추가적인 공제확대는 지양하고 통폐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상대적으로 많이 지원되는 세금 감면에 대해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고소득 계층에 대한 과세투명성 확보방안으로는 “성실납세 검증을 위해 금융정보에 대한 과세관청의 접근범위 확대를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금융투자소득세제도는 우리나라 자본시장 규모의 성장, 정책 일관성 측면에서 도입을 전제로 하되, 실제 시행 전까지 자본시장에 왜곡을 줄이는 방향으로 과세체계를 지속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보완 방안으로는 장·단기 차익에 대해 구분한 과세, 양도차익과 배당소득에 대한 세율 조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인형퇴직연금(IRP), 연금저축 등에 대한 조세지원 확대 등을 제시했다. 환경세 도입, 부가가치세 인상 등도 중장기 검토과제 대상에 올려놨다.
다양한 세수확대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실제 과세로 이어지는 데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와 여당은 증세보다는 감세 중심으로 내년 세법개정안을 짰고 그동안 ‘증세’를 요구해 왔던 민주당의 ‘증세 원칙’도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종부세 트라우마’와 ‘최저임금 트라우마’가 자리잡고 있다. 좋은 의도의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유권자들이 부정적으로 수용할 경우엔 역풍에 시달릴 수 있다는 두려움이다. 민주당은 내부에서는 노무현정부와 문재인정부에서 ‘세금에 의한 부동산 가격 통제’가 오히려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켜 유권자의 ‘심판’을 받았다는 평가가 강하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선거에서 이기는 게 중요하다”면서 “야당인 민주당이 굳이 유권자들이 싫어하고 논란이 되는 증세를 해야 하느냐”고 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원칙에 매여 있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이재명대표는 실용주의자”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