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세계화는 정말 끝났는가

2024-10-14 13:00:02 게재

국제화의 상위개념으로서 세계화는 1980년 대 중반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교통의 발달, 무역장벽의 축소, 시장 확대 필요성, 생산비용 절감, 월가자금의 투자대상 확대에 대한 욕구 증가 등의 영향으로 세계화는 급속도로 확대되어왔다. 세계화는 여러가지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 자원의 최적배분과 효율적 사용, 국가·기업·계층 간 경쟁을 통한 효율성 증대, 시장의 세계화를 통한 규모의 경제 달성, 개도국의 경제성장 등을 들 수 있다.

한편으로 세계화는 양극화의 심화,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한 중산층의 몰락과 서민경제의 어려움 가중, 농촌과 중소기업의 어려움 증가 등의 문제를 일으켰다. 특히 미국이나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에서 노동자들의 거센 반발이 확대되어 왔다. 4년 전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나 영국 브렉시트(Brexit)의 배경이기도 하다.

미국 EU G7 등 중국과의 관계 디커플링에서 디리스킹으로 전환

그럼에도 많은 국가와 기업들은 세계화의 흐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1995년 김영삼정부는 일류화 합리화 한국화 인류화 등 5가지 의미를 가지는 세계화의 전략적 방향을 제시했다. 사전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너무 빨리 시행했지만 방향은 옳았다고 생각된다. 독일 경제성장의 주역이라 할 수 있는 히든 챔피언들의 전략도 핵심역량에 집중하는 집중화전략, 가격주도 전략이 아닌 가치주도 전략, 세계화의 흐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략 등을 시행해왔다.

그러나 세계화 흐름에 악영향을 가져오는 사건이나 상황들이 전개되고 있다. 미중갈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글로벌 금융위기 가능성, 코로나 팬데믹 후유증, 중국의 대만 위협, 글로벌 자본에 대한 적대세력의 확대, 글로벌 공급망 문제점, 동맹시스템의 불안정, 양극화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중산서민층의 경제적 어려움 가중 등의 영향으로 세계화의 역행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스탠퍼드대 니얼 퍼거슨 교수는 세계화의 흐름은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직전인 2000년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고까지 주장한다. 특히 세계화의 정치적 비용이 경제적 이득을 초과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세계화는 지역 또는 분야에 따라 축소 또는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체적인 흐름을 멈추기에는 자본 노동 재화 기술 지식 정보 시장 등이 국가 간 또는 지역 간 너무 복잡하게 많이 얽혀있다. 그리고 세계화를 촉진시켰던 상황이나 요인들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실제로 미국 유럽연합(EU) G7 등은 중국과의 관계를 디커플링(decoupling)에서 디리스킹(derisking)으로 전략적 방향을 전환하는 흐름들을 보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자료에 의하면 세계의 수출규모는 2005년 9조1170억 달러에서 2015년 18조7053억달러로, 그리고 2023년 23조4763억달러로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1월부터 5월까지 실적으로 보아 2024년에는 24조달러가 훨씬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세계은행 보고서에 의하면 1일 거래되는 외환시장 규모도 2005년 1조9000억달러에서 2020년 6조6000억달러로 급증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세계화 종말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제4차 세계화 흐름 속 외교의 궁극적 목표 ‘경제적 이득’에 둬야

미국의 마크 로빈슨이 그의 저서 ‘세계화의 종말(Ouside The Box)’에서 주장한 것처럼 컨테이너 중심의 세계화가 아니라 지식 정보 지적재산권 등 서비스 중심의 제4차 세계화의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산업사회에서 지식정보화사회로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속적 경제성장을 위해 세계화의 흐름을 확대하는 전략을 실행해 가야 한다. 적에게도 물건을 팔 수 있는 전략적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외교의 궁극적 목표는 경제적 이득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최원락 한국산학협동연구원 이사 전 코스닥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