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게 돌려준 청와대, 내국인 방문객 급감
외국인 ‘관광객’에 역전되기도
영빈관도 대통령 행사만 74번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청와대에 우리나라 국민들의 발길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외국인 관람객이 오히려 더 많아지는 ‘관광지’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청와대 내 영빈관은 청와대 시대와 같이 용산 대통령실의 ‘대통령 행사’만 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소속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받은 ‘청와대 개방이후 내외국인 방문객 현황’을 보면 개방 첫 달인 2022년 5월엔 57만2000명이 방문했으나 이후 빠르게 감소하면서 올 1월엔 10만명대가 무너졌고 지난 7월과 8월엔 5만명대로 줄었다. 9월 들어 12만6000명까지 회복됐지만 이는 1년 전 18만9000명에 비해 33.3%가 줄어든 규모다.
반면 외국인의 발길은 꾸준히 늘고 있다. 2022년 5월에 1600명이던 외국인 방문객은 2023년 4월에 1만명대로 올라섰다. 올 4월부터는 5만~6만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7월과 8월엔 우리나라 국민과 외국인의 방문객수가 역전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국민의 관심은 줄어드는 반면 외국인들의 주요 관광지로 변모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영빈관 역시 아직 국민에게 돌아오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출한 ‘청와대 개방이후 영빈관 사용 신청 및 허가 내역’을 보면 지난 2022년 5월 이후 올 9월까지 영빈관에 사용 허가가 나와 치러진 행사는 모두 74건이었다. 2022년에 10번, 2023년에 48번, 2024년에 16번이었다. 민간 행사는 신청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모두 대통령이 참여하거나 주관하는 행사들이었고 참여인원은 ‘국가안전보장 관련 보안사항’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당선 직후인 지난 2022년 3월, ‘청와대 이전 계획’을 직접 브리핑하면서 “청와대는 임기 시작인 (2022년) 5월 10일에 국민들께 돌려드리겠다”며 “본관 영빈관을 비롯해 최고의 정원이라 불리는 녹지원과 상춘재를 모두 국민들의 품으로 돌려드리겠다”고 강조한 바 있디.
민 의원은 “윤 대통령은 절반이 넘는 반대여론에도 무리하게 ‘용산 이전 이벤트’에만 몰두했다”며 “막대한 혈세를 투입했지만, 영빈관은 과거처럼 대통령 전용으로 유지되고 경내 방문마저 외면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애초에 개방 여부와 이후 활용방안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아 예산마저 낭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이전에 앞서 “청와대 경내로 들어가면 제왕적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를 벗어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리라 생각한다”면서 “단순한 공간 이동이 아니라 국민을 제대로 섬기고 제대로 일하기 위한 각오와 국민과 약속을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