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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만 오가노이드사이언스 대표 “세계 첫 병원 사용 재생치료 사례 만들겠다”

2024-10-15 13:00:01 게재

오가노이드 활용, 기존치료 한계 넘어 손상조직·장기 재생력 높여 … 동물대체 시험법 가치 높아

한국사회는 전환과 혁신을 요구받고 있다. 아이들이 온전히 성장하고 청·장년이 하고픈 일을 하며 노년이 평온한 사회를 위해 그간의 관주도 돈중심 공급자 위주의 사업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특히 보건복지 제도와 서비스는 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그 수준과 효율성을 높이는 등 국민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도록 중단없는 개선 노력을 거듭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전국 곳곳에서 혁신적 실천을 펼치는 사람과 단체의 경험을 나눠 함께 성장·발전하는 자양분으로 삼고자 한다. <편집자 주>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유행 초기 어느 국가보다 신속하게 검사법과 진단키트를 개발 사용하면서 이후 다른 나라에 다양한 ‘한국산’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기술개발과 정책적 노력이 시대상황과 맞물리면서 빛을 보게 됐다. 국내 오가노이드(organoid) 기술도 그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가노이드는 인체 장기 유사체로 설명된다. 세포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자기조직화 현상을 체외에서 3차원 배양환경에서 배양해 장기와 유사한 오가노이드를 만들어낸다. 재생치료제와 신소재 평가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 분야에서 국내외 두각을 내며 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유종만 오가노이드사이언스(ORGANOIDSCIENCES) 대표를 9일 오후 내일신문 본사에서 만났다.

유 대표는 “오가노이드는 체외에서 만든 장기유사체다. 차세대 재생치료제이자 새로운 임상시험 평가도구로 가치가 높아 주목받고 있다”고 밝혔다.

오가노이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작세포 △세포외기질 △배양배지 3가지가 필요하다. 인체조직과 유사한 장(소화기) 오가노이드를 만드는 과정을 보면 우선 내시경을 활용한 장 조직 생체 검사 또는 장 절제술 등 수술 후 얻은 검체 등으로부터 조직을 얻는다. 자기조직화가 가능한 장 줄기세포를 떼내기 위해 조직을 분리한 후 세포외기질로 3차원 배양환경을 갖춘다. 여기에 오가노이드 배양배지를 첨가해준 뒤 1주일 정도 배양하면 장 오가노이드가 생긴다.

환자로부터 채취한 조직으로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개인 맞춤형 재생치료제 정밀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유종만 오가노이드사이언스 대표(2018~)는 2015년부터 차의과학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미생물학교실 부교수/2017년~차의과대학교 오가노이드센터장/2018년~차바이오그룹 고문/2019년~한국줄기세포학회 임상기획위원장/2020~2023년 산자부-과기부3D생체조직플랫폼사업단장/2014년 차의과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졸업/2024년 중소벤처기업부 예비유니콘 선정/2023년 넥스트라이즈 어워즈 산업통상자원부장관 표창/2022년 중소기업 기술혁신 공로 중소기업벤처부장관 표창/2020년 보건산업 기술사업화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 사진 이의종

◆차세대 재생치료제로 가치 = 고령인구가 급증하면서 다양한 만성질환이나 노화로 인한 조직 및 장기의 기능상실과 손상이 일어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근원적인 조직기능 회복을 위한 재생치료제의 필요성이 더욱 커진다. 파킨슨병 척추손상 당뇨 치매 등 적절한 치료방법이 없는 난치성 질환의 근본적 치료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유 대표는 “조직이나 장기 자체가 심하게 손상된 경우 기존 치료법으로 치료에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재생치료제는 차세대치료법으로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재생치료제는 인체 내 손상된 조직의 복구를 통해 근원적인 질병을 치료하는데 목적을 둔다.

기존의 항암제 항염증제와 같은 단기적 증상완화 치료제와는 큰 차별성을 지닌다. 하지만 아직까지 손상된 조직의 직접적인 재생을 유도하는 행태의 치료제는 거의 없다.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재생치료제는 손상된 조직과 장기에 이식 시 높은 생착률에 따라 직접적인 재생능력을 보여준다.

현재 재생치료제는 상용화단계 전이다. 임상단계인 셈이다.

유 대표는 “저희 회사가 임상을 진행하고 있고 그 다음 단계에 환자들에게 치료 목적으로 병원에서 처방을 할 수 있게 된다”며 “심사 심의 과정을 잘 통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병원에서 쓰이는 첫 번째 사례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그 사례는 세계에서 첫 사례가 됨도 강조했다.

◆임상시험 및 평가 새 도구로 주목 = 오가노이드는 △임상결과 예측기술 부재 △동물-인간 시험결과 불일치 △동물 복지 등 사회적 산업적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시험 및 평가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유 대표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신약 개발과정에서 동물시험(전임상시험)이 효과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고 동물 실험에 대한 윤리적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는 등 새로운 대체 도구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식품의약국의 보고에 의하면 동물시험에서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후보 약물 중 약 90%가 임상시험에서 동일한 결과를 보지 못했다. 예를들면 입덧치료제 탈리마이드와 관절염치료제 바이옥스는 동물시험 결과 부작용이 없었으나 임상시험에서는 사지절단 기형과 심장발작 뇌경색 같은 부작용이 나타났다. 이와 유사한 인간-동물간 시험 불일치 문제는 지속해서 제기된다.

특히 전체 임상시험 과정 중 가장 어려운 부분은 △동물시험 자료를 최초 인체투여시험으로 적절하게 해석하고 적용하는 부분 △인체 대상 건강자원자 자료를 활용해 환자에게 적절한 효과와 안전성을 나타낼 수 있는 용법과 용량을 예측해 검증하는 것이다.

따라서 임상시험의 성공적 예측기술은 임상시험 개발단계의 주요 경쟁력이 된다. 특히 초기 임상시험 성공을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신약 후보물질 개발 초기에 의사결정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동물시험-건강자원자-환자 대상으로 이어지는 임상시험 성공의 정확한 예측 기술이 없다.

또한 최근 전세계적으로 동물 윤리 혹은 복지 차원에서 전통적인 실험동물 활용연구에 제한을 받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실험동물 사용이 매년 증가하고 있고 2019년~2023년 간 식품 의약품 화장품 개발과 안전관리 등에 약 1461만마리의 동물이 희생됐다.

유 대표는 “사람의 세포를 모사해 만든 오가노이드를 활용하면 동물을 희생하지 않고 임상과정에서 신약후보물질의 독성 반응과 약물 유효성의 일관되게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신약개발 허가과정에서 밟아야 하는 독성시험법에 오가노이드가 포함돼 있지 않다. 이런 이유로 당장 업계에서는 유효성 확인 분야에 도입 가능이 있다.

유 대표는 “면역항암제라든지 새로운 개념의 치료제들은 이를 제대로 평가 받을 도구가 없는 경우가 많다”며 “이때 오가노이드로 해결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국내외 혁신기술로 인정 = 오가노이드는 엠아이티 테크날리지 리뷰 저널에서 ‘2015년 혁신 기술', 네이처메쏘드 저널에서는 '2017년 올해의 기술', 사이언스저널에서는 ‘2018년 올해의 혁신 기술’로 선정된바 있다. 국내에서는 2020년대 초반부터 오가노이드를 산업자원통상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이 우리나라를 이끌 핵심기술로 선정했다.

유 대표가 이끄는 오가노이드사이언스(2018년 설립, 현 직원 76명)는 장 오가노이드 재생치료제인 아톰씨(ATORM-C)를 첨단재생의료로서 국내 최초로 오가노이드의 인체 투여에 성공했다. 또 오가노이드 약물평가 플랫폼인 오디세이(ODISEI)를 출시해 글로벌 제약사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부로부터 첨단재생산업으로 각종 지원을, 독일 정부에서 2년 간 25억원 규모의 공공자금 지원을 받았다.

세계적으로 2016년까지만 해도 전세계 신규 특허가 연간 50건에 불과했는데 2020년부터 신규 특허출원 수가 급증했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세계 3위 특허출원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유 대표는 차의과학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였다. 연구자로 사는 게 다였던 그가 연구개발뿐만 아니라 기업 경영과 글로벌 사업가로 변신하게 만든 것은 오가노이드의 가치였다.

유 대표는 “아직은 외부 투자와 정부 지원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오가노이드 중심으로 헬스케어산업이 크게 변할 것이라 확신한다”며 “재생치료제나 시험 평가 플랫폼이 큰 시장이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독보적으로 치고 나갈 수 있는 한 분야”라고 말했다.

또 유 대표는 “회사가 가려는 최종지점에는 ‘진짜 인체 장기를 만들어내는 것’까지 가려는 게 방향”이라며 “많은 시간, 세월이 걸리겠지만 뜻을 같이하는 직원들과 성원하는 분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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