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적발 불가능한 ‘최근 금융투자 사기’
인스타그램에 투자 관련 콘텐츠를 몇번 보다 보면 관련된 광고들이 줄줄이 뜬다. 유명 연예인 얼굴과 자극적인 내용의 광고문구, 모 대기업 회장님의 얼굴도 나온다. 광고를 따라 들어가면 결국 주식이나 코인 투자를 유혹하는 밴드 또는 채팅방 가입을 유도한다.
채팅방에는 수십명이 몇배의 투자수익을 자랑하며 처음 들어온 신입 회원의 마음을 흔든다. 하지만 정작 채팅방에 들어와 있는 투자자는 1~2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소위 매니저라고 불리는 총책과 매니저에 의해 움직이는 바람잡이들이다.
최근 경찰은 캄보디아에 본부를 두고 투자 리딩방을 운영한 일당을 체포해 구속했다. 수사 과정에서 리딩방의 실체가 드러났다.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캄보디아에 본부를 두고 중국인이 사업을 기획했다. 필리핀 사람들을 바람잡이로 고용, 밴드 또는 채팅방에서 수십명이 투자자로 활동하는 것처럼 꾸몄다. 캄보디아에만 이런 조직이 수백개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리딩방이 수사망에 걸린 이유는 내부 제보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조직원들도 서로 신원을 모를 정도로 철저히 점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내부 제보를 통해 실마리를 하나씩 풀어가야 겨우 잡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적발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투자 리딩방 사기는 올해(8월말까지) 발생한 피해만 5340억원으로 보이스피싱 피해규모(7월까지 3909억원)를 넘어섰다. 그런데도 해외에 본부를 두고 있어 적발과 처벌, 피해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금융감독원이 불법 금융광고를 사전 차단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튼 것도 이 때문이다. 투자 리딩방으로 유인되는 경로를 따라간 결과 상당수 피해자는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투자광고의 희생양이었다.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 권한이 없는 금감원이 구글을 설득해 금융광고 사전심의 절차를 마련하기로 한 것은 불법금융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반면 광고주 정보조차 공개하지 않는 메타는 인력과 비용 등을 이유로 사전심의 절차를 운영하는 데 부정적이다.
구글이 내달 7일부터 규제를 시행하면 불법금융광고는 인스타와 페이스북 등 메타가 운영하는 SNS로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
적발이 불가능한 금융투자 사기는 원천 차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법 금융광고를 막는 일이 급선무다. 금융당국뿐만 아니라 관련 부처들이 적극적으로 협의해 메타가 광고주 인증을 통한 사전심의 절차를 도입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국회는 플랫폼 사업자의 위법행위에 대해 최대 글로벌 매출액의 10%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강력한 규제 조치를 단행한 영국의 ‘온라인안전법’과 같은 법률 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경기 재정금융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