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무인기 사건은 북한주권 침해”
김정은, 군사행동계획 보고에 “강경 입장” … 김여정 “미국 책임” 상황통제 요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 국방 및 안전 분야에 관한 협의회를 소집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같은 날 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연 사흘째 담화를 내 평양 무인기 침투의 기획·실행 주체를 대한민국 군부로 지목하면서도 “미국이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더 이상의 확전을 원치 않으니 미국이 상황관리에 나서라는 메시지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온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 외무부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평양을 포함한 북한 영토에 남한 무인기가 전단을 살포했다는 북한발 보도가 있었다면서 “최근 한반도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서울의 이러한 행동은 북한 주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자 독립 국가의 합법적인 국가·정치 체계를 파괴하고 자주적으로 발전할 권리를 박탈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남한 당국은 북한의 경고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며, 무모한 도발 행동으로 한반도 상황을 악화하고 실제 무력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러시아는 북한과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에 기초한 것을 포함해 한반도에서 위험이 심화하는 걸 막고 상황을 긍정적으로 되돌리기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11일 ‘중대 성명’을 통해 한국이 지난 3·9·10일 무인기를 평양에 침투시켜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모든 공격력 사용을 준비 상태에 두고 최후통첩으로 엄중히 경고한다”고 위협했다.
이에 대해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북한 주장에 대해 사실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북한이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는 배경에 취약한 체제 내부를 결집하고 주민을 통제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이후 서방과 대립하며 북한과의 밀착을 과시해 온 러시아가 무인기 사건을 놓고 한국 정부 비판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낸 가운데 김정은 위원장은 정찰총국장과 인민군 총참모장 등 당과 군부 고위관계자들을 소집해 국방·안전 분야 협의회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했다고 노동신문이 15일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평양 드론 삐라(전단) 사태’와 관련한 조선인민군 총참모장의 대응 군사행동 계획에 대한 보고를 받고 “당면한 군사활동 방향”을 제시했으며, “나라의 주권과 안전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전쟁억제력의 가동과 자위권 행사에서 견지할 중대한 과업”을 밝혔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김 위원장이 “각 국방안전기관들의 보고에 반영된 자료와 대책적 의견들에 대한 평가와 결론” 내렸고 “당과 공화국정부의 강경한 정치군사적 입장”도 표명했다고 전했지만,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날 밤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부부장은 또다시 담화를 내 “우리는 평양무인기사건의 주범이 대한민국 군부쓰레기들이라는 것을 명백히 알고 있다”면서 “핵보유국의 주권이 미국놈들이 길들인 잡종개들에 의하여 침해당하였다면 똥개들을 길러낸 주인이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막말을 담아 한미를 싸잡아 비난하는 형식이지만 유엔사를 통해 정전협정 유지·관리를 책임진 미국이 한국을 통제해 무인기 평양 침투 같은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라는 요구로 해석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책임론을 제기한 것은 이 문제로 긴장이 고조돼 확전의 사다리를 타지 않도록 미국이 상황 관리를 하라는 의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