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6 재·보선 ‘텃밭 수성’ 만만찮다
한치 앞 알 수 없는 여·야 접전
선거결과 따라 후폭풍 거셀 듯
전국 4개 기초자치단체장을 새로 뽑는 10.16 재보궐선거 판이 예상보다 커졌다. 전통적으로 전남 영광·곡성은 더불어민주당, 부산 금정과 인천 강화는 국민의힘 강세지역이지만 이번 선거 양상은 사뭇 달라졌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텃밭 수성을 자신할 수 없는 혼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영광, 야권 3자 대결 초접전 = 전남 영광과 곡성군수 재선거는 야권 후보간 접전이 예상된다. 지역여론을 종합하면 영광은 초박빙 승부가, 곡성은 민주당 우세 속에 조국혁신당이 맹추격하는 양상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이 당력을 총동원해 막판 지지표 결속에 나섰다.
전국적 관심을 모은 영광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모두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당초 예상과 다르게 장세일 민주당 후보와 장 현 조국혁신당 후보, 이석하 진보당 후보간 3자 구도가 형성되면서 사전투표율이 43.14%까지 치솟았다. 이는 2022년 지방선거 때보다 2% 정도 높은 수치다. 특히 투표율이 낮은 재선거 특성과 다르게 이례적으로 결집양상이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군서면(72.99%)을 필두로 대마(68.48%) 군남(50.63%) 묘량(48.18%)이 뒤를 이었다. 이곳은 모두 농촌지역이며, 농민회 출신인 이석하 진보당 후보 강세지역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체 유권자(4만5248명) 62% 이상이 살고 있는 영광읍과 홍농읍 백수읍 사전 투표율은 40%를 밑돌았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지역인데 유동층이 늘었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곳 표심이 당락을 결정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초박빙 승부가 예상되면서 선거인수 572명에 불과한 낙월면 표심도 관심을 받았다. 낙월은 선거 때마다 몰표 경향이 강하다. 게다가 사전투표율 또한 8.91%에 불과했다. 영광지역 한 언론사 대표는 “여러 가지 선거 변수를 모두 고려했을 때 초박빙 승부가 예상된다”면서 “특히 70대 이상의 표심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곡성도 사전투표율 41.44%를 기록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조 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이곳을 자주 찾으면서 결집현상이 나타났다. 일반적 평가는 민주당 우세이지만 조국혁신당이 맹추격하는 양상이다. 조상래 민주당 후보는 조직, 박웅두 조국혁신당 후보는 바람에 기대를 걸고 있다.
조 후보는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때 무소속 후보로 나와 46.40%를 얻을 정도로 조직력이 강하다. 여기에 민주당까지 가세했다. 박 후보는 조국혁신당 바람을 앞세워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조 국 대표는 영광과 곡성을 오가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곡성지역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의 조직력과 조국혁신당 바람의 대결 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보수 강세’ 판 흔들린 금정 = 금정구청장 선거는 팽팽한 접전이 펼쳐진다는 여론조사들이 이어지며 피 말리는 선거전으로 변했다. 쫓기는 국민의힘이 더 조급한 모양새다. 한동훈 대표는 15일 부산을 찾아 1박 2일간 윤일현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선다. 민주당 역시 14일 조 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지원 유세로 막판 진보층 표심 집결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김경지 민주당 후보는 전날부터 본투표일인 16일로 넘어가는 자정까지 48시간 철야 유세를 펼치며 지지를 호소한다.
두 후보진영은 고소·고발을 주고받으며 선거 열기가 과열되는 양상도 보이고 있다. 민주당 부산시당은 박수영 국민의힘 시당위원장이 윤일현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다량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며 선관위에 고발했다. 국민의힘 부산선거대책위원회는 김경지 민주당 후보가 야권 후보단일화 토론 중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도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김 의원은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보궐선거 원인제공, 혈세낭비 억수로 하게 만든 국민의힘 정당 또 찍어줄낍니까?”라는 글을 올렸다. 논란이 일자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고 사과글을 올렸지만 비판이 이어졌다. 김재윤 전 구청장 유족은 14일 금정경찰서에 김 의원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강화군수 선거 또한 결과 예측이 쉽지 않다. 전통적인 보수 강세 지역이지만 국민의힘이 경선 과정에서 단일대오를 구축하는데 실패했고,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반면 민주당은 일찌감치 후보를 확정한데다 중앙당 지원을 받으며 선전했다. 최근 정부·여당에 대한 부정적 평가까지 투표에 반영될 경우 박빙 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
투표율도 다소 낮아질 전망이다. 2년 전인 2022년 지방선거 당시 30.66%였던 사전선거 투표율이 27.90%로 낮아진데다 선거일이 임시공휴일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종 투표율은 50% 초·중반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박용철 국민의힘 후보와 한연희 민주당 후보가 각각 우세를 자신하고 있지만, 무소속 안상수·김병연 후보도 막판까지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한 지역정가 관계자는 “투표율이 낮은 보궐선거라는 점을 고려하면 과거와는 달리 유례없는 박빙 승부가 예상된다”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파장이 상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신일·방국진·곽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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