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자꾸 멀어져만 가는 광주와 전남
1980년 중반 유행했던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라는 노래가 있다. MZ세대는 잘 모르겠지만 50~60대는 한번쯤 흥얼댔던 노래다. 요즘 군 공항 이전 문제를 놓고 티격태격하는 광주시와 전남도 모양새가 노래 제목을 똑 닮았다.
두 지자체는 분리되기 전까지 한 몸이었다. 하지만 골치아픈 사안이 생길 때마다 매번 으르렁댄다. 특히 군 공항 이전 문제를 놓고서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아슬아슬한 상황까지 연출했다.
발단은 강기정 광주시장 발언이었다. 강 시장은 최근 시민들에게 군 공항 이전 상황을 설명하면서 “전남도가 약속만 해놓고 지원에 손을 놓고 있다”는 취지의 ‘함흥차사(咸興差使)’ 발언을 거듭했다. 이에 발끈한 전남도는 공개사과가 없으면 중대조치까지 취하겠다며 반발했다. 눈살 찌푸린 공방이 한동안 계속되면서 아예 군 공항 이전 논의 자체가 중단됐다.
광주시는 이전 대상지역인 무안군 주민 홍보전을 여러차례 가진 뒤에도 설득이 안되면 국방부에 군 공항 폐쇄를 요구하든가 아니면 광주공항에 국제선을 다시 유치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한다. 이럴 경우 무안국제공항 활성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전남도와의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자꾸 싸우는 광주·전남과 달리 부산과 울산 경남은 통합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무산 위기에 놓였던 대구와 경북도 중재안을 만들어 통합을 다시 시도하고 있다. 이곳 모두 광주·전남보다 잘 사는 곳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대립과 분열은 공멸로 가기 십상이다. 가정도 기업도 나라도 마찬가지다. 개인의 삶 역시 피폐해진다. 반면 소통과 화합은 혁신을 통해 승리한다.
요즘 잘 나가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반도체가 한가지 사례가 될 수 있겠다. D램 여러개를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소통) 속도를 대폭 끌어올린 게 HBM이다. 여기에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함께 결합해 처리속도를 높였다.
최근 데이터 처리속도를 더욱 높이기 위해 그동안 HBM과 GPU를 수평으로 놓았던 것을 개선해 GPU 위에 HBM 바로 쌓은 기술까지 개발됐다. 핵심은 데이터 소통 속도다. 이게 인공지능에 꼭 필요한 반도체가 되면서 미국 엔비디아 시총은 업계 1위에 올랐다.
광주·전남도 소통과 협력을 통해 공공기관 이전 때 가장 덩치가 컸던 한전을 유치한 경험이 있다. 내후년이면 지방선거다. 서로 싸우지 않고 협력하는 모습이 선거에도 도움이 된다. 광주·전남 유권자들은 강기정 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가 성숙한 지도력을 발휘해 서로 다투지 않고 협력하기를, 그래서 군 공항 이전 등 지역 현안을 슬기롭게 해결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두 단체장이 결코 잊어서는 안될 바람이다.
방국진 자치행정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