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탈취 배상책임, 협상·교섭에도 적용
직권조사와 사인 금지청구권 도입
중소기업기술보호원 신설 검토
과징금 일부 피해회복기금 조성
최근 기술탈취는 기존의 납품 등 거래 관계를 벗어나 협상 등 계약이전 단계에서 복잡하고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다.
스타트업(기술창업기업)이 대기업등과 협업을 확대하면서 혁신 비즈니스모델(BM) 등 내부 기술탈취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기술탈취를 이유로 조사·조정을 신청한 스타트업은 전년대비 167% 늘었다.
하지만 보호체계가 미비하다는 평가다. 충분한 안전장치와 대응체계는 부족하고 처벌과 보상은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인력·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기술탈취 대응을 포기하는 이유다.
16일 중기부가 발표한 '혁신기술 보호 강화 방안'은 △기술보호 범위 확대 △솜방망이 처벌 대폭 강화 △합리적인 보상 체계 구축에 맞춰졌다.
피해확산 방지를 위한 제도 기반이 더 단단해진다. 별도의 신고 없이도 착수 가능한 직권조사와 법원에 침해금지를 청구하는 사인(私人)의 금지청구권을 도입할 계획이다. 사인의 금지청구권은 침해의 금지나 예방과 함께 물건폐기 설비제거 등을 가처분 형태로 법원에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분쟁 전 합의를 유도하기 위해 법률 전문가 등을 전문위원으로 지정해 사실조사나 알선을 지원하고 1인 조정부를 통한 직권조정 절차를 신설한다.
기술탈취 방지책도 강화한다. 스타트업이 보유한 임치기술 특허 등을 분석해 유사 특허출원 여부를 수시로 조사해 핵심기술 모방을 사전 차단할 방침이다. 기술탈취 행위에 대한 최대 5배 배상책임을 수·위탁거래 계약체결 이전의 협상이나 교섭 단계까지 적용하기로 했다.
법원의 ‘징벌적 손해배상액 산정 고려사항’에 비밀유지계약(NDA) 체결 등에 따른 ‘비밀유지의무 위반 여부’도 가중 요소에 반영할 계획이다.
기술피해 기업의 신속한 구제방안도 마련했다. 가칭 ‘기술보호 게이트웨이’를 구축해 부처별 연계를 강화한다. 중기부로 접수된 기술탈취 조사 사건을 경찰 수사로 연계하는 ‘기술보호 수사 패스트트랙’도 개설한다.
기술탈취 피해입증 부담도 완화한다. 법원이 침해금지청구 소송에서 관련 행정조사 자료를 손해 및 피해입증에 활용할 수 있도록 자료송부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법원이 요구 시 송부 가능한 대상자료 범위를 기술의 개발·유출·교환 등 피해입증에 필요한 기록 등으로 확대한다.
특히 기술보호 정책연구, 조사 및 분쟁조정 등을 지원하는 가칭 ‘중소기업기술보호원’ 신설을 위한 연구를 추진하기로 했다. 향후 일정 규모 이상으로 조정 건수가 증가하면 중소기업기술분쟁 사건을 전담하는 ‘조정원’ 설립을 위한 근거도 마련한다.
기술분쟁조정 제도의 실효성을 높인다. 분쟁 당사자 간 이견을 줄여 조정 성립률을 높일 수 있도록 전문위원을 통한 사실조사와 알선 등을 지원한다.
스타트업의 기술보호 지원도 확대한다. 기술보호 수준에 따라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기술보호 바우처 지원을 늘린다. 스타트업전용 법률자문을 신설해 NDA 등 계약서 작성과 독소조항을 검토한다. 기술분쟁 상황에 따른 지원체계도 마련한다. 일정한 요건을 갖춘 기술평가기관 등을 손해액 산정지원 기관으로 지정해 증거수집과 손해액산정의 어려움을 해소할 방침이다.
소송 장기화로 경영애로를 겪는 스타트업의 자금부담 완화를 위해 정책자금을 우대한다. 기술침해 피해기업의 융자지원 조건을 완화한다. 기술탈취로 부과한 과징금 일부를 (가칭)피해회복기금으로 조성할 것을 검토하기로 했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무형 자산인 기술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면서 “이번 대책이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작동될 수 있도록 필요한 사항들을 신속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