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학장 권한’…강원대 ‘학장 전결권' 회수
의대생 휴학 승인 권한 놓고 다른 행보
교육부, 의대 운영 40개 대학에 공문
의대생 대규모 휴학 승인과 관련해 서울대는 ‘의대 학장의 권한’이라는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반면 강원대는 의대 학장 전결로 됐던 휴학 승인권을 총장 권한으로 회수해 학내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유홍림 서울대 총장은 15일 이 대학 의대의 대거 휴학 승인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총장이 학생 휴학까지 승인하는 형태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학사 운영은 단과대가 책임진다면서 의대 학장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다.
유 총장은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휴학을 규정한 조항인 고등교육법 제23조의4에 대한 입장을 묻는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학사운영 관련한 모든 권한은 학장에” = 고등교육법 제23조의4는 “학교의 장은 학생이 해당하는 사유로 휴학을 원하면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휴학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합법적인 사유로는 입영 또는 복무, 신체·정신상 장애로 인한 장기 요양, 만 8세 이하 자녀 양육을 위해 필요하거나 여학생이 임신 또는 출산하게 된 때, 그 밖에 학칙으로 정하는 사유가 규정돼 있다.
유 총장은 “서울대는 출발 자체가 연합대학이었기 때문에 학사 운영은 단과대가 책임진다”면서 “그런 전통이 학칙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휴학을 신청하면 바로 승인할 수 있지만 보류해온 것은 학생 복귀를 최대한 설득하기 위함이었다”며 “학생 피해 최소화도 미래 의료인 양성 차원에서 필요하다. 집단 유급을 막을 필요성도 고려됐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유 총장은 “휴학뿐 아니라 학사운영과 관련한 모든 권한은 학장에게 있다”며 “그런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유 총장은 ‘교육부가 서울대에 휴학 승인 취소를 요구한다는 말이 있다’는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의 질의에는 “제게 (휴학 승인을) 취소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없다”고 답했다.
◆의대생·교수 “원상 복구하라” = 반면 강원대는 대학본부가 최근 휴학 승인권자를 학장에서 총장으로 변경했다. 이에 의대 교수와 학생들이 원상복구하고 사과하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강원대 의과대학·강원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와 의대생들은 15일 강원대 춘천캠퍼스 총장실 앞에서 시위를 열고 “총장은 강원대 학칙상 의대학장에게 있는 학생 휴학 승인의 권한을 학장과의 논의도 없이 회수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휴학 승인권자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학칙 개정이 필수적임에도 이를 위한 의사결정기구인 교무회의나 평의회 등을 거치지 않고 지난 11일 일방적인 통보가 내려왔다고 항의했다.
비대위와 의대생들은 “학교측의 조치는 학칙에 따른 학생들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독단적 행동에 대해 사과하고 원상 복구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의대 교수들은 오는 17일 전체 회의를 통해 의대생들의 휴학 처리 여부와 관련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또 휴학 승인 절차가 원래대로 복구되지 않으면 총장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강원대는 의대생들의 휴학 신청이 불법 또는 규정 위반의 가능성이 있고, 학교측은 교육부의 공문 등 지도에 따라 정당한 권한을 행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강원대는 “총장은 관련 법령에 따라 대학을 감독 및 지도할 권한이 있다”며 “강원대 학칙상 단과대학장의 휴학 승인 권한은 불법이나 규정 위반의 경우까지 인정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앞서 서울대의 의대생 집단 휴학 승인 이후 교육부가 의대를 운영하는 40개 대학에 대규모 휴학 승인이 이뤄지지 않도록 총장이 직접 관리해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했다.
이후 강원대 등 일부 대학이 휴학 승인권자를 학장에서 총장으로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가에서는 교육부가 대학에 압박을 가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장세풍 기자 연합뉴스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