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협약보다 많은 월급, 안돌려줘도 돼”
법원 “일반인의 법 감정에 부합”
단체협약보다 많이 받은 월급은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근로자가 지급받은 돈은 부당이득에 해당하지만, 사용자가 안줘도 되는 돈인줄 알고 줬다는 이유에서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33단독 김주옥 부장판사는 배 모씨 등 서울시립과학관 공무직 공무원 6명이 서울특별시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 대해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배씨 등 원고들은 2017년 4월 월 195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한 근로계약을 맺고 채용돼 2023년 2월 28일까지 근로계약서대로 급여를 지급받았다. 그런데 2016년 1월부터 적용된 서울시 공무직 단체협약은 ‘통상임금산정기준은 209시간으로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원고들은 2023년 6월 28일 서울시가 단체협약에서 정해진 통상임금산정기준시간(월 209시간)에 14시간 미달한다는 이유로 2018년 3월~2023년 2월까지 지급한 급여 중 초과 지급한 급여의 반환을 요구하자, 이에 반발해 같은해 7월 소송을 냈다.
원고들은 재판에서 “근로계약에서 정한대로 급여를 지급받았을 뿐이다”며 “서울시는 이미 지급한 급여의 반환을 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울시가 이미 지급한 급여는 채무없음을 알고 한 비채변제 내지 도의관념에 적합한 비채변제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서울시는 “통상임금산정기준에 미달하는 14시간에 비례한 임금을 차감하지 않고 지급한 것은 직원의 착오였다”며 “원고들은 부당이득에 해당하는 착오지급 급여를 반환해야 한다”고 맞섰다. 그러면서 “단체협약에서 정한 급여지급조건이 근로계약에 우선하므로 환수조치는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초과급여 지급은 비채변제에 해당해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며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김 부장판사는 “단체협약이 근로계약 체결 전에 있었다”며 “서울시는 급여액이 단체협약에서 정한 기준보다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거나 알지 못한 데에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고들은 근로계약의 내용을 신뢰해 입사했다”며 “초과 지급한 급여는 원고들에게 그대로 보유케 하는 것이 일반인의 법 감정에 부합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원고들이 지급받은 금원은 부당이득에 해당하지만, 서울시가 채무 없음을 알고 한 비채변제에 해당하거나 도의관념에 적합한 비채변제에 해당한다”며 “원고들은 그 반환 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이 판결은 양측이 항소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