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가계대출, 금리인하 요구 급증
올 상반기, 지난해보다 173% 늘어
부동산대출고객, 절반 가까이 차지
생명보험사로부터 가계대출을 받은 고객들의 금리인하요구가 급증했다. 살림살이가 어려운 개인들이 이자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생보사들이 받은 금리인하요구 신청은 모두 7만682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8108건)과 비교해 17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인하요구란 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고객이 자산이나 연봉 증가, 승진 등으로 인해 신용도가 나아질 경우 금리를 낮춰달라고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해당 금융기관은 대출 고객의 신청을 심사한 뒤 적정 수준으로 금리를 낮출 수 있다.
생보사가 받아들인 금리인하 신청은 올 상반기만 4만722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7960건보다 166% 증가했다. 규모는 크게 늘었지만 고객들의 요구를 받아들인 수용률은 지난해(63.9%)보다 다소 줄어든 61.47%였다.
지난해 상반기 금리인하요구 신청건수 중 부동산담보대출 고객은 33.95%(9544건)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부금리인하요구 신청 중 부동산담보대출은 48.66%(3만7383명) 수준으로 증가했다. 집을 담보로 맡긴 개인들의 이자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다.
금리인하요구 신청과 수용 모두 늘면서 이자감면액도 지난해 상반기 6억8200만원이 올해 68억3000만원으로 늘었다. 올 상반기 금리인하신청이 가장 많이 접수된 곳은 삼성생명(3만5147건)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736건)에 비해 4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올해 금리인하 요구를 수용한 것은 1만9007명으로 지난해 6394건 보다 크게 늘었다.
다만 수용률은 지난해 73.19%보다 크게 줄어든 54.08%로 나타났다. 올해 금리인하신청은 85% 이상이 부동산담보 대출로 나타났다.
교보생명의 경우 지난해 1만2311건 신청을 접수받았는데 올해는 1만5383건으로 25.0% 늘었다. 올해 신청 중 수용건수는 9801건으로 나타났다. 1만5383건 중 부동산담보대출(329건)을 제외하고 1만5054건 모두 신용대출자의 금리인하요구였다. 이중 9704건에 대해 금리인하가 이뤄졌다.
삼성생명의 경우 부동산대출을 받은 고객들의 금리인하 요구가 대부분이었지만 교보생명은 신용대출 고객들의 금리요구가 이어진 점이 차이였다.
생보사 대출고객들의 이자를 깎아달라는 아우성이 크게 늘었지만 실질적으로 가계에 도움이 됐는지는 미지수다. 지난해와 올해 수용률과 감면액을 따져보면 1건당 평균 10만원 안팎의 이자만 감면됐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금리인하요구는 고객의 당연한 권리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업계가 자발적으로 금리인하요구를 할 수 있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홍보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친 점이 유효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고금리 등 경제여건으로 올 상반기 대출이 많은 개인들이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대내외 경제상황과 금리인하요구 증가가 무관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