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금융에 신규취급 예대금리 ‘들쭉날쭉’
잔액기준 금리, 작년 말 이후 줄곧 하향세
은행권, 당국 개입에 금리 인위적인 조정
은행권 예대금리가 지난해 말 이후 하향 안정세를 보였지만 신규취급한 경우 특정 시기 변동성을 보였다. 특히 신규취급액 금리가 튀어 오를 때는 당국이 노골적으로 은행권에 대한 개입을 강화하던 때와 맞물려 금리 왜곡을 불러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연합회가 15일 발표한 ‘2024년 9월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40%로 8월(3.36%)에 비해 0.04%p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6월(3.52%)이후 석달째 이어 오던 하락세가 멈추고 상승 전환했다.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지난해 대체로 오름세를 보이다 11월(4.00%)이후 올해 4월(3.54%)까지 다섯달 연속 내림세를 보이다 5월(3.56%)에는 0.02%p 상승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잔액 기준 코픽스는 지난해 10월(3.90%) 이후 지난달(3.63%)까지 11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잔액 기준 코픽스는 지수를 집계하는 대상 월 말에 보유하고 있는 각종 수신상품의 가중평균 금리를 지수화한 것으로 누적된 잔액의 금리여서 변동성이 적다.
하지만 신규취급액은 대상 월의 한달간 취급한 수신상품의 가중평균 금리여서 단기적으로 변동성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지난해 말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며 금리가 하향 안정화되는 추세에 따라 은행권 여수신 금리도 내려가는 기조였지만, 특정 시기 금리가 갑자기 튀어오른 셈이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은행권 저축성 수신금리 추이에서도 반영됐다.
한은에 따르면, 신규취급액 기준 금리는 지난해 11월(3.99%) 이후 올해 4월(3.53%)까지 하락하다 5월(3.55%)에 반짝 상승한 이후 8월(3.35%)까지 다시 하락세다. 이에 비해 잔액기준 금리는 지난해 10월(3.87%) 이후 올해 8월(3.67%)까지 줄곧 내림세다.
여신(대출)금리에서도 신규취급액 금리는 하향세를 보이다가 수신금리 변동 시기와 맞물려 금리가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한은이 집계하는 은행권 대출금리에 따르면, 올해 5월 신규 취급액 기준 대출금리는 4.78%로 전달(4.77%)에 비해 0.01%p 상승했다. 작년 11월(5.26%)이후 줄곧 하락하다 잠시 튀어 오른 것이다. 다만 올해 6월(4.71%)이후 다시 하락해 8월(4.48%)까지 내림세를 보였다.
이에 비해 잔액 기준 대출금리는 지난해 12월(5.21%)이후 8월(4.87%)까지 줄곧 하락세다. 한은은 아직 9월 기준 가중평균금리는 내놓지 않았지만 코픽스 추이 등을 고려하면 여수신 금리가 다시 상승 전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이처럼 신규취급 여수신금리가 변동성을 가진 데는 당국의 직간접적 개입 시기와 맞물린다. 특히 지난달 금융당국이 본격적으로 2단계 스트레스DSR을 시행해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기 시작했고, 이에 맞춰 시중은행이 대출금리를 빠르게 올렸다.
실제로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이달 11일 기준 주담대 혼합형 금리는 연 3.990~5.780%로 7월 중순 무렵의 연 2.840~5.294%와 비교해 금리 하단이 1.150%p 상승했다. 신규 코픽스 기준 변동금리도 같은 기간 하단이 0.750%p 올랐다.
이에 앞서 올해 상반기에도 은행권 1분기 실적이 발표되고, 막대한 이자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자 당국은 이른바 ‘이자장사’에 대한 비판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올해 상반기 “은행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금리를 산정·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진성준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기준금리를 0.25%p 내리면 전체 가계대출자의 연간 이자부담은 약 3조원 줄어든다. 가계대출자 1인당 평균 약 15만 정도에 이른다.
하지만 실제 대출자가 부담하는 주담대와 신용대출 금리는 거꾸로 인상해 이자부담이 늘어날 우려가 커졌다. 정부와 한은, 은행권은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DSR 관리를 강화하는 등 당분간 인위적인 금리 조정의 필요성을 숨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