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헌일 구로구청장 자진 사퇴
170억대 비상장주식 때문
내년 4월 보궐선거 치러야
문헌일 서울 구로구청장이 취임한지 2년여만에 전격 사퇴했다. 170억원대에 달하는 비상장주식을 백지신탁하는 대신 구청장 자리에서 물러나는 길을 택했다. 새 구청장은 내년 4월 보궐선거로 뽑는다.
16일 구로구에 따르면 문 구청장은 15일 구의회 의장에게 사임통지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구는 16일부터 엄의식 부구청장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지역에서는 문 구청장 사퇴를 일찍부터 점쳐왔다. 170억원대에 달하는 비상장주식 백지신탁 문제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올해 초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문 구청장은 문엔지니어링 4만8000주 등 비상장주식 169억9334억원 어치를 신고했다. 한해 전과 비교해 평가액만 47억8123만원이 늘었다. 문엔지니어링은 문 구청장이 1990년 설립해 대표를 맡았던 정보통신기술 분야 회사다.
앞서 지난해 3월 주식백지신탁위원회는 주식이 공직자 업무와 상충된다고 판단해 백지신탁하라고 결정했다. 문 구청장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했다. 1심 판결이 나온 직후부터 야권과 시민사회는 주식 백지신탁과 공식 사과를 요구해왔다.
문헌일 구청장은 이와 관련해 입장문을 내고 “최근 법원에서 제가 주주로 있던 기업과 구청장 직무 사이에 업무 연관성이 있다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며 “매우 아쉽고 가슴 아픈 결정”이라고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믿고 맡겨주신 44만 주민 여러분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돼 매우 송구스럽고 죄송한 마음”이라면서도 “임기를 끝까지 마치지 못하는 데 대해 송구스러운 마음이 크지만 사퇴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현직 구청장이 사퇴하면서 내년 4월 재·보궐선거에서 구로구 주민들은 구청장을 다시 뽑는다. 엄의식 부구청장은 선거 다음날 새 구청장이 업무를 시작하기 전까지 5개월여간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