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행정감사보다 못한 서울시 국감

2024-10-16 13:00:02 게재

명태균 선거개입 공방에 정책 감사 실종

정교한 정책검증 대신 오세훈에만 초점

'국가위임사무·예산사업 검증' 취지 어긋나

서울시 국감에서 정책 감사가 실종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명태균 공방 등 정쟁 이슈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법률이 정한 지자체 국정감사의 본래 취지에서 한참 벗어났다는 지적이다.

15일 서울시청에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가 진행됐다. 이제형 기자

15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명태균 논란으로 오세훈 시장 압박에 나섰다.

윤건영 의원이 포문을 열었다. 윤 의원은 명씨의 언론 인터뷰 내용을 인용하며 “서울시장 보궐선거 단일화 과정에서 명씨가 개입해 판을 짰다는 주장이 사실인가”라고 물었다. 오 시장은 “이런 질문이 국감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본다. 답변할 의무는 없지만 (원하시니) 답하겠다”면서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이어 “(그렇다면) 명씨를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할 의향이 있냐”고 되물었고 오 시장은 “고소장은 써놨다”고 답했다.

같은 당 박정현 의원도 가세했다. 박 의원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명씨를 만난 게 사실이냐”고 오 시장을 다그쳤다. 그러자 오 시장은 “16대 국회에서 같이 활동한 김영선 전 의원이 ‘좋은 분을 소개하겠다’고 해서 만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당시 명씨가 오 시장과 만남에서 ‘서울시장 할거냐, 대통령 할거냐’라고 물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당시 이미 시장 출마 선언을 한 뒤라 시기도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명씨는 14일 SNS에 오 시장을 향해 ‘망신당하지 말고 그만하라’고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자신 있으면 뭐든 다 폭로하라”고 명씨 주장을 일축했다.

급기야 명태균 논란에서 촉발된 여야 공방 때문에 서울시 국감이 중단되는 일도 발생했다. 오 시장이 의원들 질의에 답하는 과정에서 민주당 이광희 의원이 ‘깐족댄다’는 표현을 쓰자 오 시장은 다섯차례에 걸쳐 “의원님 표현이 과하시다. 제가 지금 깐족댔냐”고 되받았고 이 과정에서 여야간 고성이 오가며 감사가 일시 중지됐다.

오 시장과 야당 의원들은 쌍방의 질의 응답 태도를 두고도 날선 공방을 이어갔다. 야당 의원들의 질문 공세에 답변 시간을 갖지 못한 오 시장은 “지속적이고 일방적으로 사실관계가 아닌 걸 말씀하시고 답변할 기회를 안 주시면 지켜보는 국민들은 오해하신다”며 “피감기관장이 죄인인가. 아무리 피감기관이지만 문제제기한 것에 대해 답변할 시간을 주셔야 공정하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이은 지적에도 오 시장이 선뜻 문제를 인정하지 않자 야당 의원들은 “정말 서울시장이 대단하네” 등의 비아냥을 쏟아냈고 오 시장도 태도를 굽히지 않으면서 국감 내내 긴장이 지속됐다.

◆정책 검증 나섰지만 정교함 부족 =

명태균 논란이 국감 흐름을 좌우하면서 정작 정책 검증이 중심이 돼야할 국감장이 정쟁 공간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감 모니터링에 참여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번 국감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정책을 수행하는 서울시 사업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과 대안 모색 등 미래지향적 정책 토론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강리버버스, 독도조형물 등에 대한 지적이 나왔지만 ‘오세훈의 대선플랜’ ‘대통령실과의 연관성 의심’ 등 정치공방이 앞섰다”면서 “이대로 가다간 국회의 국정감사가 서울시의회의 행정사무감사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국정감사는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실시된다. 지방자치단체 중 특별시와 광역시·도가 감사 대상이다. 다만 감사의 범위는 국가위임사무와 국가가 보조금 등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제한된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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