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시의회 갈등 장기화
정원박람회 논란에 이어
세종보 재가동도 도마에
세종시와 시의회의 갈등이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세종보 재가동을 둘러싸고 대립해 되레 전선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16일 세종시와 시의회 등에 따르면 세종시의회는 최근 이순열 시의원이 대표 발의한 ‘세종보 재가동 전면 철회 및 금강 수생태계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 의원은 “현 정부와 세종시가 금강물을 가두고 바꿔나가려고 하는 것은 인공적으로 물을 가둔 관광객의 유희만을 위한 것”이라며 “향후 천문학적인 수질 예산을 억지로 투입하는 미련한 행태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의안에는 금강 개발행위 중단, 세종보 재가동 결정에 대한 전면 재검토 등이 담겼다.
세종시는 세종보 재가동을 적극 찬성하고 있다. 세종시는 세종보 상류에 위치한 이응다리를 중심으로 대규모 친수공간을 조성하겠다는 ‘비단강 금빛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세종보를 막아 충분한 물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지역 환경단체들은 “세종보 담수는 친수공간 확보가 아니라 금강 생태계만 파괴할 뿐”이라며 천막농성을 장기간 이어가고 있다.
세종시의회의 이번 결의안 채택은 반대쪽으로 입장을 공식화한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15일 성명을 내고 “세종시의회의 결의안 채택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를 둘러싼 예산전쟁에 더해 또 하나의 전선이 추가된 셈이다.
최민호 세종시장이 단식농성까지 벌였던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세종시는 일정상 박람회 개최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 일정으로는 2026년 4월 일정을 맞출 수 없다는 것이다.
세종시는 이미 중앙정부 검증까지 끝난 국제사업을 중단시킨 사례는 없다고 주장하는 반면 세종시의회는 정원도시 성공을 위해선 국제박람회보다 지방정원부터 단계적·체계적 준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세종시의회는 세종시가 제출한 정원박람회 관련 추경예산안을 전액 삭감한 바 있다.
최 시장은 17일 업무에 복귀한다. 최 시장은 지난주 단식농성으로 건강이 악화돼 병가를 냈었다.
시 안팎에선 다양한 전망이 나온다. 우선 정원도시박람회를 취소하고 정원도시를 추진하는 방안이다. 대규모 행사 대신 행정력과 예산을 정원도시 조성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 그동안 박람회 준비에 투입된 10여억원의 비용과 행정력 등은 물론 어렵게 확보한 국비도 사라진다. 이 때문에 나오는 게 시의회 요구를 받아들여 박람회 일정을 연기하는 방안이다.
야당 등은 2026년 4월이라는 박람회 개최 시기를 주목하고 있다. 다음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2026년 6월 직전이기 때문이다. 야당이 ‘다음선거를 노린 보여주기식 행사’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세종시 관계자는 “현재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곧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