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금정 성적표 따라 ‘윤-한 갈등’ 풍향계 바뀐다
이기면 한 대표 힘실려 … “윤 대통령에 국정 전면 쇄신 요구”
17일 김 여사 불기소하면 내주 독대서 특검 대응 방안도 논의
지면 책임 공방 … 친윤, ‘대표 사퇴’ 요구하고 독대 취소할 듯
여권의 시선이 16일 실시되는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 쏠려 있다. 금정구청장 선거 결과에 따라 윤-한(윤석열-한동훈) 갈등의 풍향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여당이 금정구청장 선거를 이긴다면 한 대표 목소리에 힘이 실리면서 내주 독대를 앞두고 용산을 겨냥한 요구 수위도 높일 것으로 보인다. 반면 선거에서 패한다면 용산과 한 대표는 책임 공방을 벌일 게 뻔하다. 최악의 갈등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다.
16일 부산 금정구를 비롯해 인천 강화·전남 영광·전남 곡성 등 4곳의 기초단체장 재보궐선거가 실시된다. 서울교육감도 선출된다. 이날 오후 8시까지 투표가 진행되는 만큼 최종 결과는 자정쯤 나올 전망이다.
여권은 금정구청장 선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부산 금정구는 다른 지역구보다 여야 편향성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선거 막판까지 승패를 가늠하기 어려운 곳이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16일 “금정구 성적표를 보면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 짐작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사실 금정구는 여당에게 유리한 곳이다. 2022년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금정구에서 60.7%를 얻었다. 같은 해 치러진 8회 지방선거 구청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김재윤 후보는 62.0% 득표를 기록했다. 올해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백종헌 후보는 56.6%로 압승했다.
여당 텃밭으로 꼽히는 곳이지만, 최근 윤 대통령 국정지지도와 여당 지지율이 내리막을 타면서 졸지에 접전 지역으로 바뀌었다. 선거 하루 전인 15일 김건희 여사와 명태균씨가 주고받은 메시지까지 공개되면서 선거 결과는 더욱 예측불허라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핵심당직자는 16일 “금정구는 아무래도 대도시지역이다보니 중앙정치 이슈에 상대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메시지 공개는) 분명 악재”라고 전했다.
여권에서는 금정구에서 여당 후보가 승리한다면, 한 대표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본다. 한 대표는 이번 선거기간 동안 금정구를 6번이나 찾았다. 지난 5~6일 1박2일로 지원유세를 펼친 데 이어 15~16일에도 부산에서 1박을 했다. 한 대표는 선거날인 16일에는 부산에서 열리는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했다. 금정구 선거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사실상 금정구에 다걸기한 것이다.
친한에서는 윤 대통령 부부가 쏟아낸 악재를 극복하고 금정구 선거를 이긴다면, 이는 전적으로 한 대표 ‘공’이라는 입장이다. 친한은 한 대표의 ‘공’을 앞세워 윤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요구 수위를 더 높인다는 입장이다. 친한 핵심의원은 16일 “지금까지는 주로 김 여사 관련된 요구를 내놓았는데 (재보선 이후에는) 윤 대통령을 향한 얘기를 하게 될 것이다. 국정기조 쇄신과 당정관계 쇄신 등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최근 김 여사의 대외활동 자제와 김 여사 라인 정리를 공개 요구했다.
한 대표는 내주 초 독대를 앞두고 윤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공개요구 수위를 한껏 높인 뒤 비공개 독대에서는 ‘김 여사 특검법’ 대응 문제도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17일 발표가 유력한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수사 결과,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린다면 민심이 최악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여권이 하루빨리 대응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당이 금정구에서 패한다면, 용산·친윤과 친한은 치열한 책임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친윤에서는 “한 대표가 주도한 선거인데다, 한 대표가 적전분열을 일으키면서 패배를 자초했다”는 논리를 앞세워 ‘대표 사퇴’를 요구할 수 있다. 7.23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회자됐던 ‘김옥균 프로젝트’(한 대표 조기 축출론)가 최근 다시 불거진 것과 맞물린다. ‘한동훈 책임론’에 불이 붙으면 용산에서는 “굳이 독대할 필요가 있냐”며 자연스럽게 독대를 무산시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친한에서는 “윤석열정권에 대한 심판일 뿐 한 대표에 대한 평가는 아니다”는 논리로 책임론을 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 대표가 주도한 4월 총선에 이어 10.16 재보선까지 패한다면 ‘차기주자 한동훈’에 대한 보수층의 기대감이 식을 수밖에 없다. 친한에게는 ‘풀기 어려운 숙제’가 남겨지는 셈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