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떨고 있니’ 명태균 폭로에 용산·여권 전전긍긍
“여사하고 주고받은 문자는 애피타이저도 아냐”
“10배, 100배 더 큰 사회 파장” 폭로 여부 주목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의 폭로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15일 김 여사와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한 그는 매일 하나씩 공개하겠다고 공언해 여권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날 명씨가 운영하던 여론조사업체에서 실무를 담당했던 강혜경씨와 명씨와의 통화녹음 내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여론조사 조작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 명씨가 페이스북에 김 여사와의 카톡 대화 내용을 폭로하면서 지른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홍준표보다 윤석열이 2%p 높게 만들어” = 15일 뉴스토마토가 공개한 통화 녹음에 따르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기간이었던 2021년 9월 29일 명씨는 여론조사 실무를 담당했던 강씨에게 “연령별하고 지역별하고 다 맞춰갖고 여성하고 맞춰갖고 곱하기 해갖고 한 2000개 만드이소”라면서 “윤석열이를 좀 올려갖고 홍준표보다 한 2%(p) 앞서게 해주이소”라고 지시했다. 이어 “젊은 아들(아이들) 응답하는 그 계수 올려갖고 2~3% 홍보다 (윤이) 더 나오게 해야 됩니다”라면서 “외부 유출하는 거니까”라고 말했다.
이 대화 내용은 윤 후보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데이터 샘플에 손을 대 결과를 조작했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이 여론조사 결과는 윤석열 33.0%, 홍준표 29.1%로, 명씨의 말대로 3%p 정도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명씨가 윤 후보의 지지율을 의도적으로 높인 것은 조사 결과를 통해 경선 후보 선정 여론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의심이 제기된다. 명씨가 이 조사 결과가 ‘외부로 유출’하는 것이라고 말한 부분도 그렇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와 관련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14일 페이스북에서 “지난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때 명태균씨가 운영하는 피플네트웍스리서치(PNR)에서 윤석열 (당시) 후보 쪽에 붙어 여론조작하는 걸 알고 있었지만 문제 삼지 않았다”면서 “그런데 조작된 여론조사가 당원들 투표에 영향이 미칠 줄은 미처 계산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여론조사 조작 의혹에 대해 명씨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강씨가 조사 과정에서 실수한 부분을 고치도록 설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16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15일 밤 진행)에서 명씨는 “공표 조사가 아닌데 뭐 하러 2~3%를 올려요? 그거는 강혜경이가 돌리다가 실수한 거예요”라며 “이렇게 해서 조절해서 올리면 돼”라고 잘못된 부분을 교정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강씨가 공개한 녹취가 편집됐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녹취 내용을 통째로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사기꾼으로 몰리자 김 여사와 카톡 내용 공개 = 명씨는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등 여권 인사들이 자신을 허풍쟁이, 사기꾼으로 치부하자 15일 김 여사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일부 공개했다. 윤 대통령 부부와 자신과의 친분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겠다는 의도다. 이 카톡 내용이 공개되자 대통령실은 “당시 문자는 대통령 입당 전 사적으로 나눈 대화”라면서 김 여사와 명씨가 주고받은 내용이라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명씨는 이날 카톡 내용을 공개한 이유로 김재원 최고위원을 지목했다. 명씨는 페이스북에 김 여사와의 카톡 대화 캡처 사진을 올리면서 “김재원씨의 강력한 요청으로 알려드립니다”라고 썼다. 김 최고위원이 명씨를 ‘감옥에 넣어야 한다’ ‘공개할 것이 있으면 다 공개하라’고 한 데 대응한 것이라는 뜻이다.
같은날 명씨는 페이스북에 “내가 사기꾼이면 너희들은 뭐냐? 내가 사기쳐 얻은 게 도대체 뭐가 있냐 보수재건을 위해 정말 열심히 일을 했다”면서 “자기들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일 했는데 그런 나 보고 사기꾼???”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명씨는 김 최고위원이 계속 자신을 공격하면 이에 대응해 계속 폭로전을 펼칠 것이라면서도 반대로 자신을 자극하지 않으면 가만히 있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16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명씨는 “나는 안 건드리면 까지도 않아요. 그냥 그러고 마는데 자꾸 자기들이 자꾸 그러잖아요. 왜 그래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여사하고 주고받은 문자는 애피타이저도 아니에요. 그거 10배, 100배도 넘어요. 사회 파장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의 미적지근한 반응과 관련해서는 “김종인과 이준석 대표, 그리고 김영선 의원, 세 사람이 명태균을 소개했고, 대선 때 도움을 받았다, 그렇게 한마디 하면 끝이에요”라며 “내가 하는 말은 법적인 건 내가 책임지고 내가 알아서 한다니까. 내가 죄가 있으면 죄를 받으면 되는 거고”라고 말했다.
한편 명씨와 교류가 있었던 여권의 한 인사는 명씨에 대해 “(선거와 관련해) 다른 사람이 하지 않는 새로운 발상과 접근법을 구사하는 책사”라면서 “그리고 실제로 일을 해내는 사람”으로 평가했다. 이어 “만나보면 거짓말은 하지 않는 것 같다”면서 “지금까지 이 사람 말하는 게 앞뒤가 맞지 않았냐”며 명씨 발언의 진정성에 무게를 실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