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들의 전형별 합격기 - 정시
성균관대 지능형소프트웨어학과 정태민
꾸준함과 절박함을 무기로 재도전 성공
성균관대 지능형소프트웨어학과에 합격한 정태민씨는 모의고사 성적이 좋아 일찌감치 정시 지원을 마음먹었다. 하지만 여러 과목을 고르게 공부하지 못했고, 상향 지원 후 마무리 공부를 소홀히 해 첫해엔 수시와 정시 모두 고배를 마셨다. 절박한 마음으로 시작한 두 번째 도전, 꾸준한 노력 덕분에 국어와 수학 성적이 상승했다. 가군에선 성균관대, 나군에선 서울대 농생대에 합격했는데 졸업 후 취업과 향후 전망을 고려해 성균관대에 진학했다.
Q. 정시에 주력하게 된 이유는?
정시에 주력했던 가장 큰 계기는 1학년 때 첫 모의고사와 중간고사 성적 간의 괴리 때문이었어요. 첫 모의고사는 국영수 모두 1등급 초반, 국어는 전교 2등을 할 만큼 좋은 성적이 나왔죠. 연이어 치른 중간고사는 성적이 좋지 않았습니다. 노력 부족인가 싶어 기말고사는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도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했고, ‘잘하는 것에 집중하자’는 심정으로 1학년 때부터 정시 지원을 마음먹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순발력이 다소 부족하고 실수도 잦은 편이었어요. 그래서 짧은 시간에 많은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하는 시험과 잘 맞지 않았어요. 내신 시험과 수능 과탐이 그런 성격이 짙죠. 대신 수능 국어나 수학처럼 긴 시간 동안 차분히 문제를 해결하는 시험에는 강점이 있죠. 이를 일찍 깨달았어요.
Q. 고등학교 생활과 수능 대비는?
1학년 2학기 때 서울대가 2023학년부터 정시에서 학생부 평가를 하겠다고 발표했어요. 정시를 주력으로 준비하겠다는 마음을 먹었지만 내신을 놓을 수는 없더라고요. 매 시간 수업에 충실했고 ‘과학과제연구’로 수상할 만큼 탐구 활동에도 최선을 다했죠. 과학중점학급을 이수하기도 했습니다. 과탐 4과목을 Ⅰ·Ⅱ 모두 이수한다는 게 부담되기는 했지만 다 공부해보고 수능 선택 과목을 고르고 싶었어요. 결과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과학적 소양을 쌓을 수 있었고. 면학 분위기가 좋아 더 열심히 공부할 수 있었어요.
코로나 기간이었던 1~2학년 때는 모의고사를 1년에 두 번밖에 실시하지 않아 내신 시험에 맞춰 좁은 범위를 집중적으로 공부하면서 실력을 키웠습니다. 단기 목표를 두고 짧은 기간에 많은 문제를 풀며 공부하다 보니 수학과 과학 실력은 크게 늘었지만, 나머지 과목까지 공부하기엔 시간이 부족해 수능에선 아쉬운 결과를 얻었어요.
특히 직전 9월 모의고사 성적이 좋아 상향 지원을 하고선 방심한 탓에 마무리 공부를 소홀히 했던 것이 패인이었죠. 종합전형으로 지원했던 대학의 최저 기준조차 충족하지 못해 모두 불합격했고 정시도 마찬가지였죠. 절박한 마음으로 재수를 하게 됐습니다.
Q. 재수 생활과 두 번째 수능 대비는?
재수 생활은 쉽지 않았습니다. 학원을 다녔는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별 의미 없어 보이는 문제를 풀면서 성적 좋은 학생과 비교해 작아지는 제 모습을 보며 힘들었어요. SNS에 올라오는 대학생이 된 친구의 생활과 달리 온종일 좁은 책상에 갇혀 한마디도 하지못하고 지내는 것도 스트레스였고요. 이를 극복하려 저녁 시간마다 친구와 산책하고, 밤늦게 귀가한 후에도 가족과 얘기를 나누며 마음을 다잡았어요.
성적이 생각처럼 오르지 않는 것도 복병이었어요. 간절한 마음으로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고 생각했는데 초반에는 큰 변화가 없어 보였거든요. 다행히 국어와 수학은 점차 성적이 올랐습니다. 국어는 기출문제 분석을 통해 출제자의 의도대로 사고하는 것이 중요했어요. 흔히 ‘기출적 사고’라고 하는데 이를 체화해 꾸준히 훈련한 덕분에 고득점을 얻었죠. 수학은 원래 좋아했고 기출문제를 많이 풀면서 점차 실수를 줄였습니다. 국어와 수학 모두 수능에서 백분위 99%라는 우수한 성적을 거뒀죠. 반면 <물리학Ⅰ> <지구과학Ⅰ>은 예상보다 성적이 좋지 않았습니다. 좋아하는 과목만 편식하기보다 좀 더 균형적으로 시간을 배분해 공부했더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았죠.
Q. 후배들에게 조언해준다면?
수능은 사고력이 중요해요. 긴 시간 동안 집중력도 유지해야 하고요. 작은 팁이라면 재수 땐 수능 10일 전부터는 모든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않았어요. 노래, TV, 인강, SNS, 휴대폰 등 흔히 말하는 도파민 노출을 피했습니다. 식사 시간조차 휴대폰을 보지 않았어요. 덕분에 수능 시험장에서는 문제 풀이에 집중해 선지를 잘못 읽거나 임의로 해석하는 등의 실수를 줄일 수 있었죠.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수험생이라면 한 번 시도해보기를 추천합니다. 재수를 하면서 저는 자존심과 자격지심이 동기부여가 됐지만, 계기가 무엇이든 간절함으로 꾸준히 의지를 불태운다면 누구든지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취재 윤소영 리포터 yoonsy@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