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구 '치매안심노리터’ 효과 있네
집 근처 공원에서 운동·놀이
우울감 줄고 기억력은 향상
“위에 있는 그림하고 똑같은 걸 아래쪽에서 찾아보세요. 한쪽 눈으로 윙크를 하면서 웃는 표정이네요.” “이건 하루 일정을 표로 그린 거예요. 잠은 몇시간이나 잘까요?”
서울 관악구 대학동 샘말공원. 아파트와 빌라 등 주택단지 가운데 자리잡은 공원이 인근 주민들로 북적인다. ‘주의력 집중’ ‘하루 일과표’ 등 이름표가 붙은 천막을 찾아 같은 그림을 찾고 일과 시간을 계산하는 주민들 표정이 진지하다. 관악구 보건소 공무원과 자원봉사자에 실습 나온 대학생들까지 나서 활동을 돕는다. 놀이를 접목해 인지 건강을 챙기는 ‘치매안심노리터’ 현장이다.
17일 관악구에 따르면 ‘치매안심노리터’는 일상생활이 치매예방 활동이 되도록 쉽고 재미있게 체험할 수 있는 놀이를 접목한 과정이다. ‘노년층을 이롭게 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라는 의미에서 놀이터와 비슷한 ‘노리터(老利攄)’라는 이름을 붙였다. 구 관계자는 “전에는 경로당 등 실내에서 치매예방 활동을 했는데 회원들만 서비스를 받는 한계가 있어 지난해부터 많은 주민들이 모이고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야외공간을 찾아가기로 했다”며 “활동도 놀이형으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주 1회, 8주 과정으로 진행하는 노리터는 다양한 인지영역과 연결되는 신체와 두뇌 활동으로 구성돼 있다. 단어를 생각하며 고리를 던지거나 오재미를 던져서 나온 초성으로 단어를 만드는 건 신체활동에 속한다. 전문가와 함께 근력을 키우는 운동도 한다. 같은 모양을 찾거나 일과 시간을 계산하는 놀이는 뇌인지 활동이다. 재미를 위해 교복과 책가방을 비치해 추억의 사진을 남길 수 있도록 했다. 주민들은 현장에서 등록한 뒤 노리터에 참여하는데 이 과정에서 기록을 조회해 기억력검사를 받도록 연계한다.
지난해에는 새롭게 치매안심마을로 지정된 4개 동 산책로와 마을마당 등에서 판을 벌였는데 총 36회에 1421명이 참여했다. 70대 이상 주민들 참여율이 높았는데 평가 결과 4개 동 주민들 대부분 기억력이 향상되고 우울감 정도가 호전됐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는 대학동을 비롯해 4개 동을 치매안심마을로 추가 선정해 치매안심노리터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만큼이나 주민들 호응은 좋다. 대학동의 경우 60명으로 시작했는데 5주차에는 80명으로 늘었고 별빛내린천(도림천)에서 판을 펼친 신사동은 100명이던 참여자가 180명으로 두배 가까이 확대됐다. 5주 연속 참여한 황영문(89·대학동)씨는 “문제를 반밖에 못 맞히는데 그래도 재미있다”며 “친구들에게 알리지 못해 혼자만 참여하는 게 미안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웃 김설옥(92)씨는 “운동도 문제도 항상 100점을 받는다”며 “경로당에서 식사하고 나들이 겸 공원에 나와 활동을 하니 좋다”고 평했다. 주민들 활동을 돕는 전문 봉사자 윤정희(59)씨는 “노리터가 파할 시간이 되면 아쉬워하면서 ‘몇주나 남았냐’고 물어보기도 한다”며 “다른 동에서 참여했는데 좋았다고 대학동까지 오는 분들도 있다”고 전했다.
전국에서 처음 선보인 야외 놀이형 치매안심노리터는 전국적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지난 9월 ‘제17회 치매극복의 날’ 우수 사례로 인정을 받아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지자체 치매안심센터가 나아갈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찬사와 함께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구는 여기에 더해 현재 13개 동인 치매안심마을을 2026년에는 21개 전체 동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주민들이 야외활동을 하면서 친구도 사귀고 건강과 일상의 재미를 챙길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며 “초고령화 사회를 눈앞에 두고 있는 만큼 치매예방 등 노인정책에 힘을 싣겠다”고 강조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