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투자 '부코핀 부실' 심각 “국부유출, 내부시스템·통제 엉망”
6년 동안 1조6천억원 투자해 1조5천억 손실 … 2022년말 대비 부실채권 비중 2배로 늘어나
17일 금융감독원 국정감사 … 조승래 의원 “KB국민은행 대규모 투자 손실, 특별검사 실시해야”
2022년 완전자본잠식 후 지난해 7천억원 유상증자, 배임 논란도 … 이재근 행장 3연임 ‘빨간불’ 켜져
KB국민은행이 1조6000억원을 투자해 인수한 인도네시아 KB부코핀은행의 부실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인수 과정에서의 부실한 실사와 이후 내부통제에 대한 비판이 강하게 제기됐다. KB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 자회사 부코핀은행(현 KB뱅크)은 차세대전산시스템 가동이 안되고 있으며, 올해에만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으로부터 4차례 제재를 받아 KB국민은행의 자회사 관리가 엉망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022년 취임한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이 지난해 7000억원의 증자에 나선 것과 관련해서도 이미 심각한 부실을 인지한 상태에서 대규모 자금 투입을 한 것이 제대로 된 경영판단인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유성갑)은 “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에 대한 투자는 부실한 실사와 감독당국의 방기로 대규모 국부유출, 내부통제와 시스템의 붕괴, 데이터의 부실로 인한 전산시스템 오픈 연기, 협력업체 갑질 문제 등이 발생하고 있어 총체적 위기”라고 질타했다.
◆2022년 부코핀은행 완전자본잠식 = 조 의원은 “국내 금융시장의 성장이 장기간 정체돼 있어 국내 은행이 시장 확대를 위해 해외로 나가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금융회사나 금융감독당국은 제대로 검토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B국민은행은 2018년 1131억원을 투자해 부코핀은행 지분 22%를 보유한 2대 주주가 됐다. 인도네시아는 자국 은행의 외국인 지분 보유 한도를 40%로 규제하고 있어서 국민은행은 이후 특별 승인을 통해 2020년 지분을 67%로 늘려 최대 주주가 됐다. 그 과정에서 3000억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부코핀은행의 적자는 눈덩이처럼 커졌으며 국민은행은 유상증자를 통해 2021년 3935억원, 지난해 7090억원을 추가 투입했다. 최소 1조5122억원이 들어갔다.
조 의원은 “국민은행이 인도네시아 KB부코핀은행 인수에 1조6000억원을 투자했는데 4년 6개월 동안 1조530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고, 지분대비 순손실도 1조200억원에 달한다”며 “이는 부코핀은행 투자 시 코로나에 따른 인도네시아 내외부 환경, 인도네시아 금융감독당국에 대한 이해, 투자 실사 등이 제대로 검토되지 않아 생긴 문제”라고 말했다.
부코핀은행의 영업적자는 2020년 434억원에서 2021년 2725억원으로 증가했고, 2022년에는 8020억원에 달했다. 2022년 자본자본이 –2921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KB국민은행은 2022년 7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섰고 부코핀은행의 자기자본은 4387억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에도 261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 여건이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대규모 유상증자 배임 논란 가능성도 = 대규모 유상증자와 관련해서는 이미 부실이 심각한 상황에서 은행 자금을 또다시 투입한 것이 정상적인 경영판단인지 아니면 회생 가능성이 낮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증자를 강행했는지 등이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배임 이슈가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인수과정에서 거액의 자문비용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리베이트 의혹이 불거질 수도 있다.
조 의원은 “(부코핀은행이) 경영 정상화 계획을 진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NPL(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 비중)은 2022년말 6,65%에서 올해 6월 11.3%로 큰 폭의 증가를 보이고 있어서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이 부코핀은행 정상화를 위해 집중적으로 추진해온 대규모 IT투자 역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조 의원은 “KB부코핀은행에 대규모 IT투자를 진행해 경영정상화의 승부수라고 얘기했던 차세대전산시스템은 여신데이터 등이 부실하고 불완전해 오픈 조차하지 못했다”며 “국민은행이 부코핀에 투자를 시작한 지 6년이지나는 동안 업무프로세스와 데이터 정비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우려했다. 그는 “차세대전산시스템으로의 이행을 위해서는 은행은 프로세스 정비 및 현행 데이터 정비 의무가 있고, 개발사는 기능의 개발과 기존데이터의 정확한 이행의 의무가 있다”며 “6월초 통합테스트를 진행할 때 불완전한 여신데이터를 정비하지 못해 여신을 제외한 나머지 데이터를 갖고 통합테스트를 진행했고 그 결과 시스템을 오픈하지 못해 경영 정상화의 차질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은행의 귀책사유로 시스템을 가동하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개발기한이 끝난지 3개월이 지나도록 140억원의 용역대금을 중소협력사들에게 지급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갑질’이라고 질타했다.
조 의원은 “금융당국은 개발에 참여했던 협력사들의 용역대금 미지급으로 인한 재정난 호소에 귀기울여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부통제 부실 등 이재근 3연임 최대 악재로 = 부코핀은행에 대한 KB국민은행의 내부통제도 도마위에 올랐다. 부코핀은행은 KB국민은행이 인수한 2020년부터 4년 6개월 동안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으로부터 28번의 제재를 받았다. 올해 들어 4차례 제재를 받았다. 지난 5월 감사보고서 미제출, 6월에는 1분기 중간재무보고서 미제출 등 시장의 신뢰와 관련된 재무건전성 사안에 대한 투명성을 의심받고 있다.
조 의원은 “부코핀은행은 부실투자로 인한 국부 유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은행의 신뢰성과 평판을 훼손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어서 신뢰 회복을 위한 금융감독당국의 강력한 역할이 필요하다”며 “금감원은 국민은행의 부코핀은행 투자에 대한 특별 검사를 실시해야 하며, 향후 해외투자에 대한 사후 관리, 건전성 감독과 내부 통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3연임에 도전하는 이재근 행장에게 부코핀은행 부실과 내부통제 실패는 최대 악재가 될 전망이다. 2022년 1월 취임한 이 행장은 첫 2년 임기에 이어 1년을 추가했고 내년에 3연임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과 관련한 불완전판매, 영업점에서 잇따라 터진 금융사고 등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KB국민은행은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홍콩ELS 상품을 팔았고 금감원 검사에서 심각한 불완전판매가 드러나 거액의 자율배상을 진행 중이다. 올해 들어 경기 안양 A지점에서 104억원, 대구 B지점에서 111억원, 용인 C지점에서 272억원을 대출해 주는 과정에서 담보가치를 부풀린 배임혐의가 적발됐다. 2022년말에도 120억원 규모의 배임사고가 발생했다. 이 행장은 금감원이 부코핀은행에 대한 특별검사에 착수할 경우 책임 논란에서도 벗어나길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17년부터 2021년말까지 은행장을 맡았던 허 인 전 KB금융지주 부회장이 지난해 KB금융지주 회장 선출 과정에서 탈락한 가장 큰 이유가 부코핀은행 인수·부실과 관련한 책임론 때문이라는 말이 있었던 만큼, 이 행장도 부코핀은행 리스크에 부담이 커졌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