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정권심판’ 실패한 이재명, 호남기반 확인 못한 조국

2024-10-17 13:00:03 게재

민주당, 부산 금정에서 총력전에도 20%p 이상 큰 격차 패배

“서울교육감서 정권심판 여론 확인 … 사실상 승리” 해석도

조국혁신당, 호남서 진보당에도 밀려 … 조국 “당당하게 겨뤄”

‘제2 정권심판’을 내걸고 총력전을 펼친 더불어민주당의 성적표는 그리 좋지 않았다. 보수의 아성인 부산 금정구와 인천 강화군에서 박빙을 예상했지만 득표율 차이는 컸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의 ‘정권심판’ 프레임과 민주당 지지층의 총공세에도 아직 보수진영의 탄탄한 콘트리트 지지세를 깰 정도는 아니라는 게 확인된 셈이다. 밀물처럼 밀어 붙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압박 강도가 다소 약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조국혁신당의 조 국 대표는 현지에 눌러 살면서 지원하는 ‘벼랑끝 전술’을 펼쳤지만 호남 민심을 받지 못했다. 대법원 판결을 앞둔 조 대표가 리더십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인사하는 이재명-추경호 17일 여의도 국민일보 컨벤션홀에서 ’글로벌 경제안보 전쟁-한국의 생존전략‘을 주제로 열린 2024 국민미래포럼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민주당 모 중진의원은 “부산 금정구에서 이기겠다는 생각으로 올인한 것은 다소 무모한 측면이 있었고 막판에 단일화하면서 해볼 만하다는 얘기를 당 지도부로부터 들었는데 상당히 자기 중심적 해석이었다”며 “결과적으로 보면 상당한 표 차이로 밀린 것 아니냐”고 했다.

부산 금정구 선거에서 민주당 김경지 후보는 38.96% 득표에 그쳐 국민의힘 윤일현 후보(61.03%)에 20%p 이상의 격차로 패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 양자간의 맞대결이었다. 투표율도 47.2%로 재보궐선거로 보면 낮지 않은 수준으로 지지층 결집이 강하게 이뤄진 것으로 평가된다.

앞의 중진의원은 “전략적으로 전남 영광과 부산 금정 두 군데에서 2개의 전쟁을 동시에 펼친 것은 전략적 미스”라며 “전남에 과도하게 집중해 오히려 부산 등 전략지에서 화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고 했다. 또 “김영배 의원의 설화가 부산 보수층을 투표장으로 나오게 하고 조 국 대표의 지원유세 역시 부정적으로 작동한 것으로 풀이된다”며 “명태균 폭로 등으로 유리한 국면이 상쇄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다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서울교육감 선거에서의 승리를 ‘정권심판 기류’로 해석하는 경향이 감지된다. 당대표 비서실장인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선거는 일시적으로 균형을 잡아준 것 같지만 어떤 ‘전조’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며 “서울에서, 20% 투표율에 진보교육감 후보가 승리한 것, 결코 가볍게 볼 일 아니다”고 했다. 민주당 모 의원은 “낮은 투표율에서 진보교육감이 당선됐다는 것은 그만큼 진보진영에 대한 지지세가 강했다는 것이고 이는 정권심판 여론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해석했다.

지도부가 총출동해 현지에서 살면서 선거운동에 뛰어든 조국혁신당의 성적표는 너무 초라했다. 전남 영광군수 재선거에서 조국혁신당 장 현 후보의 득표율은 26.56%로 장세일 더불어민주당 후보(41.08%)뿐만 아니라 이석하 진보당 후보(30.72%)에게도 밀렸다. 당선자인 장 후보와는 박빙승부는커녕 반토막 수준의 득표에 그쳤다. 전남 곡성군수 재선거에서도 조국혁신당 박웅두 후보는 35.58%를 득표하는 데 머물러 당선자인 조상래 더불어민주당 후보(55.26%)에 비해 20%p 가까이 밀렸다.

지난 22대 총선 비례선거에서 조국혁신당은 호남지역에서 46.85%를 획득해 39.13%에 그친 민주당(더불어민주연합)을 앞섰다. 당시 조국혁신당은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고는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이라는 의미의 ‘지민비조’ 전략을 내세워 ‘전략적 승리’를 낚았다. 민주당이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을 만든 것에 대한 반감이 있는데다 조국혁신당 지지가 정권심판론과 맞닿아 있다는 정서가 결합한 결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번엔 호남지역의 ‘주인’을 놓고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이재명 대표와 조 국 대표가 맞붙은 모양새가 됐다. 지역구 관리 미흡, 후보 인물 문제 등이 있었는데도 민주당과 이 대표에게 호남이 힘을 실어준 이유로 해석된다.

조 대표는 “저희가 부족했다. 염원을 담아내지 못했다”며 “조국혁신당은 지역정치와 지역행정의 대안을 제시하며 재보궐선거에 뛰어들었다. 창당 후 1년도 되지 않은 신생 정당으로 수십 배나 조직이 크고 역사도 오랜 정당과 당당하게 겨뤘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산 금정에서 어렵게 일궈낸 야권 단일후보도 승리하지 못했다. 특별히 아쉬운 대목”이라며 비판의 방향 전환을 시도했다. 이어 “선거 결과는 조국혁신당의 종착점이 아니다. 지역정치와 지역행정 혁신을 향한 새로운 출발점”이라며 “‘평온한 바다는 결코 유능한 항해사를 만들 수 없다’라는 말을 되새겨 본다.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혁신호를 수리·보강해 더 힘차게 도전하겠다”고도 했다.

민주당 모 의원은 “조국혁신당의 뿌리가 탄탄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조 국 대표의 사법처리, 대법원 판결이 미뤄지고 있는데 이런 리스크를 어떻게 넘어설지를 봐야 한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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