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여사 무혐의 ‘부실수사’ 논란

2024-10-17 13:00:02 게재

검찰 “시세조종 공모·인식 인정하기 어려워”

“1회 대면조사 후 증거 없다, 누가 납득하겠나”

검찰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 끝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범들과 공모하거나 그들의 시세조종 범행을 인식 또는 예견하면서 계좌관리 위탁·주식매매 주문을 하는 등 범행에 가담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 결과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데다 그동안 봐주기 수사 비판이 제기돼온 터라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는 17일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하며 그 이유를 상세히 밝혔다.

당초 김 여사는 2010년 1월~2011년 3월 신한, DB, 대신, 미래에셋, DS, 한화투자 등 자기 명의의 6개 증권계좌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소개한 이 모씨에게 위탁하거나 권 전 회장 요청에 따라 매매해 시세조종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 가운데 권 전 회장 등에 대한 재판과정에서 시세조종에 해당된 것으로 인정된 거래는 대신증권, 미래에셋, DS증권 계좌를 이용한 거래였다. 특히 항소심 재판부는 권 전 회장의 전체 범행에서 인정된 통정매매 98회 중 절반에 가까운 47회가 김 여사의 대신증권, 미래에셋 계좌에서 체결됐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검찰은 미래에셋과 DS증권 계좌는 주식전문가나 증권사 직원에게 관리를 일임해 시세조종 거래가 있는지 몰랐다는 김 여사의 진술을 받아들여 혐의가 없다고 봤다. 권 전 회장과 계좌관리인들이 김 여사에게 시세조종 내지 주가관리를 한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진술하는 등 김 여사의 진술과 일치한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또 김 여사가 직접 운용한 대신증권 계좌의 경우 증권사 직원 등에게 의견을 물어보고 직접 매매 결정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이 계좌를 이용한 주문 거래 직전 2차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의 주포 김 모씨와 블랙펄인베스트먼트의 민 모씨간 문자가 있었고 주문 체결 후 증권사 직원과 김 여사간 ‘체결됐죠’라는 통화녹취가 드러나 논란이 됐던 거래에 대해서도 검찰은 김 여사의 혐의는 없다고 봤다. 권 전 회장이 김 여사에게 연락해 매도주문이 나온 것으로 추정되지만 해당 연락의 구체적인 내용과 당시 상황 및 피의자의 인식 등을 확인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오히려 권 전 회장이 김 여사에게 자신의 범행 내지 주가관리 사실을 숨기고 단순한 추천 권유를 통해 매도요청했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봤다.

검찰은 1차례 통정매매가 있었던 한화투자 계좌에 대해서도 김 여사가 시세조종을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매수주문을 내 통정매매를 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항소심에서 방조혐의가 인정돼 유죄를 선고받은 전주 손 모씨와 김 여사와는 사례가 다르다고 판단했다. 손씨의 경우 주포 김 모씨가 주가관리 사실을 알렸다고 진술하고 문자메시지에서도 확인되는 반면 김 여사에게는 이같은 사정이나 정황 등이 없다는 설명이다.

검찰은 이밖에 김 여사가 권 전 회장과 1차 주포 이 모씨 외 주범들과 직접 연락한 증거나 정황이 없고, 시세조종 관련자들 중 김 여사가 시세조종 범행을 공모했거나 주가관리 사실을 알 수 있었을 것이라는 등의 진술이 없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무혐의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검찰 수사 자체가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 여사가 시세조종에 가담하거나 인지했다는 증거가 없는 게 아니라 검찰이 찾지 않은 것 아니냐는 얘기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복잡한 주가조작 사건의 경우 피의자를 여러 차례 불러 조사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김 여사에 대해선 한 차례, 그것도 경호처 보안시설에서 짧게 조사하고 증거가 없다고 결론 내면 누가 납득하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검찰이 그동안 항소심 결과를 보고 김 여사 처분을 결정하겠다고 해놓곤 전주인 손 모씨가 유죄를 받자 케이스가 다르다고 한다”며 “검찰이 결론을 미리 내놓고 거기에 맞춰간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사건마다 내용이 달라 조심스럽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만 보면 일단 기소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지금까지의 검찰 모습과는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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