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상설특검 개정안 단독상정…개혁신당 “국회판 장유유서”
여당 특검 추천권 배제 … 국민의힘 “위헌적인 규정”
선수 순으로 추천권 부여 … 개혁신당 “청년 배제 규칙”
대통령의 재의 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김건희 여사 의혹 관련 특검법안이 두차례 폐기된 후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의 거부권을 피할 수 있는 상설특검이라는 우회 카드를 꺼냈다.
민주당은 이번 상설특검을 추진하면서 특별검사에 대한 여당 추천권을 배제하는 내용을 담은 국회 규칙 개정을 함께 진행 중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민의힘은 물론 개혁신당도 추천권을 얻지 못하게 되면서 두 당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8일 민주당은 대통령과 그 가족이 연루된 위법 사건을 수사할 경우 상설특검후보자추천위원회에 집권 여당이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 규칙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규칙에 따르면 7명인 특검후보추천위원회는 3명의 당연직(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협 회장)과 국회 추천 인사 4명으로 구성된다. 국회 추천 몫은 제1·2 교섭단체인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2명씩 갖는데 규칙이 개정되면 국민의힘의 추천권은 사라진다.
16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강력한 반대에도 이 개정안을 단독 상정하고 소위에 회부했다.
이에 대해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명백히 위헌임은 물론이고, 과거 민주당이 소수 야당이던 시절 ‘여야 동수 추천 원칙’을 주장했던 모습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주 의원은 “야당이 특검 후보자에 대한 추천권을 독점할 경우에는 특검의 정치적 중립성 및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면서 “기본적으로 위헌적인 규정”이라고 주장했다.
모경종 민주당 의원은 “행정부를 견제·감시하는 입법부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나라가 똑바로 움직일 수 있도록 여야가 힘을 합쳐야 하는 것 아닌가. 그 (대상이) 영부인이든 대통령이든 힘을 모아야 한다”며 “상설특검도 합헌 결정이 나온 사례가 있다”고 반박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국민의힘이 가졌던 2명에 대한 추천권은 비교섭단체 중 의석수가 많은 2개 비교섭단체에게 1명씩 돌아가게 된다. 비교섭단체의 의석수가 같은 경우에는 선수가 앞선 국회의원이 있는 비교섭단체가 추천하고, 선수도 같은 경우에는 연장자인 국회의원이 있는 비교섭단체가 추천하도록 했다.
이를 대입하면 민주당 2명, 조국혁신당 1명, 진보당 1명이 추천권을 가지게 된다. 진보당과 개혁신당은 의석수가 3개로 동일한데, 개혁신당은 의명 3명 모두 초선이고 진보당에는 재선 의원이 1명 있어, 선수가 앞선 의원이 있는 진보당에 추천권이 주어지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개혁신당은 ‘개혁신당 배제’ 규칙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허은아 대표는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혁신당은 올해 1월 창당한 정당이다. 모든 의원이 초선이고 30~40대”이라면서 “민주당의 이번 ‘장유유서 규칙’은 노골적인 개혁신당 배제 규칙이고, 청년들은 뒤로 빠지라는 청년 배제 규칙”이라고 주장했다.
허 대표는 “‘국회판 장유유서’도 아니고, 세상에 이런 반헌법적 발상이 어디 있냐”면서 “국회의원은 똑같은 헌법기관이다. 선수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합리적 기준에 따라 추천권을 부여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8일 민주당은 ‘여당 추천권 배제’ 규칙 개정안과 함께 △인천세관 마약 수사외압 의혹 △삼부토건 주가 조작 의혹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 행위 등 김 여사와 관련된 3가지 의혹에 대한 수사를 요청하는 상설특검 수사요구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안들은 이르면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국회 본회의가 열리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