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이, 재보선 넘겼지만 더 큰 고비 남았다
한, 내주 윤 대통령 독대서 국정쇄신 설득 과제
이, 내달 ‘사법리스크 1차 관문’ 넘어설지 주목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0.16 재보선 고비를 무사히 넘겼다. 양쪽 모두 텃밭을 지켰다. 하지만 더 큰 고비가 남았다. 한 대표는 내주 윤석열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국정 위기를 극복할 국정 쇄신책을 설득해야 하는 숙제를 남겨 놨다. 이 대표는 내달 1심 선고라는 ‘사법리스크 1차 관문’을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16일 재보선에서 여당은 텃밭으로 꼽히는 부산 금정구와 인천 강화를 지켰다. 재보선을 앞두고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악재가 잇따르면서 텃밭도 위험하다는 우려가 컸다. 텃밭을 지키지 못하면 한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 대표가 금정구만 6차례 찾으면서 지켜냈다. 친한 의원은 “한동훈 효과”라고 표현했다.
한 대표는 리더십 위기를 넘겼지만, 내주 ‘대통령 독대’라는 더 큰 고비를 앞두고 있다. 한 대표는 17일 최고위에서 “제가 앞장서서 정부·여당을 쇄신하고 변화시켜서 야당의 헌정파괴 시도에 당당하게 맞서겠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김 여사 관련 대통령실 인적쇄신 △김 여사 대외활동 중단 △김 여사 관련 의혹 규명 위해 필요한 절차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친한은 이날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관련, 김 여사를 불기소하자 “더 이상 특검을 막을 명분이 없어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독대에서 ‘김 여사 특검’을 의제로 올릴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쇄신 요구를 어디까지 수용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여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김 여사 사과와 제2부속실 설치 정도로 사태를 수습하려 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한 대표로선 윤 대통령을 어떻게든 설득해 쇄신 수위를 국민 눈높이에 맞춰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된 것이다. 한 대표가 쇄신 숙제를 풀지 못한다면 여권은 민심의 바다에서 서서히 ‘고독사’할 수 있다는 우려다.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전면에 내세웠던 ‘제2 정권심판’ 구호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만큼 민주당의 ‘윤 대통령 탄핵 압박’ 강도가 탄력을 받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국정감사와 상설특검을 통해 김 여사의 국정농단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면서 다음 달로 예정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넘어서려던 계획도 다소 흔들리는 분위기다.
총동원령이 내려진 가운데 치른 부산 금정구 선거가 ‘해볼 만하다’는 내부 평가를 크게 벗어난 데다 격차도 컸다. 다만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낮은 투표율에도 불구하고 진보진영 인사가 이긴 것을 두고 “정권심판의 정서가 만만치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은 반환점을 돈 국정감사의 초점을 ‘김 여사’에 맞춰 놨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실마리를 찾아낸 ‘2016년 국정감사’를 재현하겠다는 의도다. 탄핵으로 가는 트리거(방아쇠)는 아직 찾지 못했다. 다만 쏟아지는 ‘명태균 스캔들’과 맞물려 다음달 1일 국회 운영위 국감에서 각종 의혹 인사들을 증인으로 불러 마지막 승부수를 띄울 기세다.
민주당의 다음 고비는 다음 달에 나올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다. 민주당 지도부에서도 검찰이 각각 징역 2년과 3년을 구형한 만큼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현 정부의 국정농단을 더 부각시키고 야당 탄압 프레임을 강화하려는 이유다. 사법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무리하게 ‘당 대표 재임’에 나섰다는 내부평가에 맞서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호남 기반의 탄탄함을 확인한 이 대표가 실제 다음달 사법리스크 1차 관문을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엄경용·박준규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