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지금이 평화를 결심할 때
남북관계가 예사롭지 않다. 이른바 ‘무인기 공방’이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말폭탄을 주고받던 남북이 실력행사를 하기 시작했다. 16일 북한은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했다. 남한은 중기관총과 유탄발사기를 사용해 대응사격을 가하며 군사적 긴장을 한층 고조시켰다.
이런 대결구도는 남북한의 정치지도자들이 내부 위기를 안보불안으로 덮으려는 시도로 해석되기도 한다.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게 역사적 교훈이다. 과거 총풍 사건에서 보듯이 남북 간의 긴장을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하는 것은 감정대립을 부추기고 안보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뿐이다.
‘성을 쌓는 자 망하고, 길을 내는 자 흥한다.’ 몽골의 명장 톤유쿠크의 말처럼 현재 국제사회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다시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문을 열고 협력을 도모하고 있다. 가자지구를 비롯한 중동지역과 우크라이나 등 지구촌의 또 다른 지역은 개방은커녕 전쟁의 화마 속에 놓여 있다.
상반된 국제상황 속에서 남북한이 취해야 할 선택지는 명확하다. 적대감과 불신을 넘어 평화와 협력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하지만 남북은 말폭탄을 주고받고, 도로를 폭파해 길을 끊고, 중무장 총을 쏘며, 장벽까지 쌓아올리고 있다. 최근 미국 언론에서는 한반도 전쟁 위험이 6.25 전쟁 이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는 보도까지 나온다. 그만큼 지금 한반도 상황은 심각하다. 이는 ‘안보 딜레마’의 전형적 사례다.
독일학자 존 허츠(John H. Herz)가 주창한 ‘안보 딜레마’는 국가가 자국의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군비를 증강할 때 다른 국가들이 이를 위협으로 인식하고 군비를 더 강화하게 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냉전시기 미국과 소련의 군비경쟁이 대표 사례다. 불행하게도 현재의 남북관계가 그 전철을 밟고 있다. 북한은 핵으로, 남한은 최첨단 재래식 무기로 맞선다. 만에 하나 물리적 충돌로 이어질 경우 한반도 전체에 재앙으로 작용할 게 분명하다.
국제사회도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긴장 고조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며 남한과의 동맹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남한의 도발 행위를 비판하며 북한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한반도 상황의 복잡성을 보여주듯 국제반응까지 이처럼 엇갈린다. 고도의 정치력과 외교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남북 모두에게 평화와 안정은 필수 과제다. 현재의 긴장을 넘어서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양측 모두의 진정성 있는 노력이 필요하며 이는 대화와 협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지금이야말로 평화를 위한 결심과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재철 외교통일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