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빠진 금감원장?…여야 의원 질타에 작아진 목소리
국정감사 막판에 의원들 “왜 이리 힘이 없냐”
이복현 “제가 오늘” … 티메프사태·관치논란 사과
17일 오후 9시경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장.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신한금융투자 1300억원 조사 나갔는데, 영풍사태는 왜 안 나갔나”라며 금융감독원의 조치가 적절치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CFD(차액결제거래) 사태로 집중검사를 했고, 영풍은 본사에서 수천억원 손실이 나서 자체 진상조사 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다시 한번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강 의원 질의가 끝난 후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 질의 순서가 되자, 강 의원은 “원장님, 늦은 시간까지 수고가 많다. 근데 오늘 많이 아프시냐, 힘이 많이 없다. 목소리도 그렇고”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제가 오늘 어쨌든…”이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강 의원은 기술신용평가사 제재가 늦어지는 것에 대해 지적을 한 후 질의를 마쳤다. 윤한홍 정무위원장은 “정말 오늘 강민국 간사가 지적한대로 금감원장 힘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고 이 원장은 “22대 국회에서 처음 국정감사를 모시는 자리여서 긴장이 된 모양”이라고 답했다.
윤 위원장은 의원들에게 “추가질의는 옆에 있는 서민금융진흥원장이나 (금감원) 수석부원장에게도 해달라”고 말해 좌중에서 웃음이 터졌다. 하지만 다음 질의자인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저는 원장님한테 밖에 질의할 사람이 없다. 죄송하다”고 말하며 이 원장을 향한 질문을 이어갔다.
이날 오후 10시까지 계속된 금감원 국정감사는 여야 의원을 막론하고 이 원장을 추궁하는 질의가 집중포화처럼 쏟아졌고 오후 8시부터 이 원장의 목소리에 힘이 빠지면서 의원들이 이 같은 반응을 보인 것이다.
이 원장은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에 대한 사전 조치 미흡과 가계대출, 금리 문제에 지나치게 개입했다는 관치 논란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타에 사과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금감원장이) 8월 말에는 은행 개입을 세게 한다는 취지로 발언해 대출한도가 축소됐고 이게 문제되니 10일 만에 주택 실소유자들에 피해가 가니 또 반대되는 대출규제 완화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그러다보니 시중은행 대출 정책이 왔다 갔다 했다. 행정지도를 해도 금융정책이나 금리에 관한 것은 금융위원장이 해야 한다. 금감원장이 금융위원장으로부터 그런 권한을 위임 받았나”라고 말했다. 그는 “금감원 권한이 너무 세다. 이렇게 무소불위 권한을 갖고 있는 기관은 처음 알았다. 검찰이나 경찰보다 훨씬 더 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며 “금감원장이 한 말씀 하시면 금리가 올라갔다, 대출이 됐다, 안 됐다 이런 상황이다. 행정지도란 미명하에 개입하다보면 그게 월권”이라고 했다. 이 원장은 “여러 가지로 불편함을 드리거나 미숙한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다만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장 말로 금리가 왔다 갔다 하는 건 관치금융이자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이라고 한 지적과 관련해 “주택담보대출이나 가계대출 추세를 그때 안 꺾었으면 지금 훨씬 더 어려운 상황이 됐을 것”이라고 답했다.
티메프 사태와 관련해서 이 원장은 “시장이 급격히 팽창하는 과정에서 관리 제도와 방식을 좀 더 타이트하게 해야 했다고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KB국민은행이 인수한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의 부실도 도마 위에 올랐다. 부코핀은행의 누적 손실이 1조5000억원으로 심각하다는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언에 이 원장은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 대해 검사를 진행 중이고 부코핀은행에 대해서도 굉장히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이번 계기를 삼아 해외투자 건과 업무위탁 건을 잘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