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2인 방통위로 MBC 제재…위법”
“다수결의 합의제 본질에 부합 안해”
2인 체제 위법성 인정 첫 본안 판결
KBS·YTN·JTBC 관련소송 영향 전망
2인 체제의 방송통신위원회가 MBC에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의 첫 본안 판결이 나왔다. 방통위가 5인 합의제 행정기관으로서 다수결 원칙을 실현하려면 위원이 3명은 돼야 한다는 취지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7부(이주영 수석부장판사)는 17일 MBC가 방통위를 상대로 낸 제재조치 처분 취소소송에서 “2인의 위원으로만 구성된 방통위가 그 2인의 의결만으로 한 제재조치는 위법하다”며 MBC(PD수첩)에 부과한 과징금 1500만원 처분을 취소하는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이와 함께 소송비용도 방통위가 내라고 했다.
이에 2인 방통위가 의결한 PD수첩 외에 MBC 뉴스데스크, KBS·YTN·JTBC 등 관련 과징금 소송에도 영향이 미칠 전망이다. 이외에도 YTN 최대주주 변경, KBS·EBS·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등 공영방송 이사진 해임과 신규 이사 선임 등 취소 소송도 진행 중이어서 그 영향이 관심을 받는다.
이 사건은 방통위가 지난 1월 9일 5인의 상임위원 중 3인이 결원인 상태로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2인의 위원으로만 과징금 부과처분을 하자, MBC가 낸 소송이다. MBC가 2022년 3월 8일 PD수첩을 통해 김만배와 신학림 사이의 대화 녹취록 등을 주제로 20대 대통령선거 관련 방송을 했다는 이유였다.
MBC와 방통위는 재판 과정에서 녹취록의 편집된 음성을 직접 인용한 보도를 쟁점으로 다퉜다.
그러나 법원은 방통위가 2인 위원의 의결로 한 제재조치가 위법인지를 주요 쟁점으로 봤다. 방통위법은 방통위가 특정 정파에 장악되는 것을 방지하고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위원들이 상호 견제와 통제를 통해 공정하고 균형 잡힌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설립하고, 그 위원 구성도 정치적 다양성이 반영되도록 했다는 이유이다.
재판부는 “방통위가 (5인 중) 2인으로만 구성된 상태에서 2인의 찬성만으로 제재조치를 결정한 것은 의결정족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다수결원리의 전제조건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논리적으로 최소 3인 이상의 구성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2인의 구성원은 정원인 5인의 절반에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그 자체로 ‘다수 구성원의 존재’라는 합의제 행정기관의 본질적 개념 표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실질적인 토론을 위한 구성원 수 자체가 보장되지 않았음은 물론 이해관계가 다른 구성원의 토론 참석 가능성 자체도 배제됐다”고 2인 체제의 위법성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절차적 하자로 의결을 취소하는 만큼, 실체적으로 과징금 1500만원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방통위 의결에 앞서 이뤄진 소위원회 및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과징금 부과 의결절차에 하자가 있다는 MBC의 주장을 받아주지 않았다. 통상 방송사에 부과되는 과징금은 방심위 의결을 거쳐 방통위가 의결·확정해 집행한다.
한편, 앞서 집행정지 사건에서도 ‘2인 체제는 위법하다’는 취지의 결정이 잇달았다. 지난 5월 23일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구회근 부장판사)는 YTN 노조가 방통위를 상대로 낸 ‘최대 주주 변경 승인’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주지 않았다. 하지만 “방통위가 합의제 행정기관에 해당해 2인 의결로 행해진 이 사건 처분의 절차적 위법성이 문제될 여지가 있다”며 “이는 궁극적으로 본안에서 심리해 판단할 부분”이라고 했다.
또 지난 8월 26일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12부(강재원 부장판사)는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김기중·박선아 이사가 방통위를 상대로 낸 새 이사 임명 처분 효력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단지 2인의 위원으로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것은 방통위법이 추구하는 입법 목적을 저해하는 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문제가 된 2인 방통위는 지난해 8월부터 이동관·김홍일 전 위원장과 이상인 전 부위원장, 국회 탄핵심판으로 직무 정지 중인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으로 방송관련 안건을 처리해오다 지난 8월 이 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방통위 기능도 정지됐다.
이에 2인 방통위 문제점이 오는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의 방통위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제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울러 오는 21일 방심위에 대한 단독 국정감사에서도 이에 대한 지적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