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커지는 ‘명태균 블랙홀’…의혹 더 늘어나
대선 전 진행한 여론조사 비용, 어디서 조달했나
창원 제2국가산단 후보지, 어떻게 미리 알았나
명씨 폭로 멈췄지만 새 녹취 나오며 의혹 확대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의 폭로가 ‘일단 멈춤’ 상태에 들어갔다. 자신을 공격하면 폭로를 이어가겠다고 했던 명씨는 잠시 입을 닫았지만 그를 둘러싼 여러 의혹은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 17일 새롭게 공개된 녹취로 공천개입 및 여론조사 관련 의구심은 더 짙어지고 있고 여기에 제2국가산단 후보지 정보를 미리 입수했다는 의혹까지 더해지면서 야당은 국정 개입 의혹까지 제기하는 상황이다.
◆여권 대응 자제에 명씨 폭로도 ‘일단 멈춤’ = 지난 15일 김 여사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해 파장을 일으킨 명씨는 그 이후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일까. 명씨는 자신을 공격하는 발언이 나오면 이에 대응해 추가 폭로를 하겠다고 했는데 그 이후 여권에서 명씨를 자극하는 언급이 멈췄고 명씨도 잠잠한 상태다.
다만 명씨는 파장이 큰 정보를 공개하는 대신 16일 ‘김재원 최고위원님! 대구에서의 낙선 이유는? 윤핵관들에게 물어보세요?’ ‘장예찬씨 대통령께 물어보고 방송해라! 코가 자꾸 길어진다.’라는 글만 페이스북에 게시해놓았다.
명씨는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협박’ 때문에 김 여사와의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고 주장했는데 이와 관련해 김 최고위원은 17일 “선의의 제3자 피해를 막기 위해 당분간 대응을 자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명씨를 강하게 비난해왔던 홍준표 대구시장도 16일 페이스북에 “더 이상 선거 브로커의 거짓말에 대응하지 않겠다”면서 “고소나 고발도 하지 않는다. 이런 자와 엮여 사법절차에 얽매이는 것도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라고 썼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명씨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해 “(명예훼손) 고소장을 써놨다”고 밝혔지만 실제 고소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여론조사 비용 대주고 공천 받았나? = 명씨는 입을 닫았지만 명씨와 관련된 의혹들은 다른 증거들이 나오면서 계속 커지고 있다. 이번에는 대선 직전 시행했던 여론조사 비용을 2022년 6월 지방선거 출마예정자들이 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7일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녹취 파일에 따르면 대선을 열흘 앞둔 2022년 2월 28일 명씨는 명씨가 운영하던 미래한국연구소 직원 강혜경씨에게 전화해 “지금부터 매일 (대선) 선거일까지 (여론조사를) 돌린다”며 “공표할 것이 아니니 연령별 가중치를 나중에 주라”고 지시했다.
또 “돈은 모자라면 소장에게 얘기해서 A, B, C한테 받아오면 된다. 내가 그거(여론조사) 돌린다고 다 공지했다”고 말했다. A, B, C씨는 같은해 6월 열린 지방선거에서 영남 지역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등록했던 이들이었다.
이 때문에 이들이 명씨 측에 제공한 자금이 공천 대가였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A씨 등 3명 모두 지방선거 경선에서 탈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 의원실은 명씨 측이 A씨 등으로부터 최소 1억2000만원을 제공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명씨가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가 당시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 측에 전달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명씨, 정부 대외비 정보 사전 입수 의혹도 = 여론조사 관련 의혹뿐만 아니라 국정 개입 의혹도 추가되고 있다. 명씨가 대외비 정보인 제2국가산업단지 발표 내용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증거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17일 대구고검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명씨의 국정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장 의원은 명씨와 강씨의 통화 녹취를 토대로 “2023년 3월 15일 창원 제2국가산단 북면·동읍 후보지 선정 발표가 있기 하루 전 명씨가 강씨에게 (김영선 전 의원이) 원희룡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과 찍은 사진을 확대하라는 말을 한다”며 “제가 당시 국토위 소속이었지만 (후보지 선정 내용을) 전혀 몰랐다. 그런데 명씨가 어떻게 하루 전에 내용을 알고 현수막을 수정하라고 얘기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또 “이미 2023년 1월 31일 ‘북면·동읍 후보지 예정 대외비라고 한다’며 김 전 의원실 전 보좌관이 이야기한다”면서 “대통령실 회의도 안 한 내용을 의원실 보좌관이 알고 있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고 정유미 창원지검장에게 질의했다.
현재 창원지검은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 명씨와 김 전 의원 사이에 오갔던 금전 거래 성격에 대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정 지검장은 “수사팀이 입에 단내가 나도록 열심히 수사하고 있다”며 “지금 제기되는 의혹들은 열심히 스크린해서 참고하고 있으니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