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돈으로 고려아연 인수자금 대나”
국회 보건복지위 국감, 위탁운용사 MBK 선정한 국민연금 질타에
김태현 이사장 “경영권 쟁탈에 국민연금 쓰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
연금 보유 고려아연 지분 의결권 행사 “장기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국민연금 자금이 우호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한 기업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아니라 적대적 M&A를 통한 경영권 쟁탈에 쓰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혀 주목된다.
김 이사장은 18일 국민연금을 대상으로 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위탁운용사로 선정된 MBK파트너스가 국민연금이 주요 투자자로 있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개입하려는 시도가 적절하다고 생각하느냐”는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MBK는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에 나섰는데 지난 7월 국민연금 사모펀드 위탁운용사로 선정되면서 국민 노후자금이 MBK의 고려아연 지분 인수 뒷돈으로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민연금이 MBK에 위탁하기로 한 자금은 약 3000억원 규모다.
다만 MBK파트너스가 국민연금의 투자를 받지 않았느냐는 백혜련 민주당 의원 질의에 김 이사장은 “계약 체결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MBK에 돈이 간다면 어떤 제재도 없이 활용되는 것이냐’는 백 의원 질의에는 “저희들이 주는 돈이 국민연금의 평판을 떨어뜨리는 데 쓰이는 걸 원치 않는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국민연금의 돈이 적대적 M&A를 통한 기업 경영권 쟁탈에 쓰이지 않도록 앞으로 운용사 선정 과정에서도 명확히 해야 한다”며 “이번 경우(고려아연 경영권 분쟁)도 그 취지를 담아 법률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어떤 범위에서 구현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국감에서는 과거 MBK의 기업 인수 사례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박 의원은 △인수 후 임원과 직원을 감축하고 5년 만에 매각해 조단위 시세차익을 올린 ING생명 △대규모 점포 폐쇄와 직원 감축을 진행 중인 홈플러스 △일방적 가맹계약 해지와 물품공급 중단으로 3억5000만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받은 BHC 등 MBK가 인수한 기업 사례를 거론했다. 이어 “MBK가 고려아연 지분을 공개매수하면서 2조3000억원 중 1조8000억원 가량을 차입해 이자가 상당하다”면서 “이자를 내기 위해 고려아연을 쥐어짜서 배당을 받거나 알짜 자산을 매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증인으로 출석한 김광일 MBK 부회장은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고려아연 투자가 마무리 되면 추가 증자해 차입금 비율을 줄일 계획”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백 의원은 “MBK가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보험금 지급 건으로 국민연금이 청구한 구상금 1억4800만원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처럼 부도덕한 사모펀드를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로 선정했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백 의원은 “고려아연과 관련해 많은 의원들이 우려하는 것은 그만큼 MBK가 해왔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라며 “또 쏙 빼먹고 달아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지분 7.8%를 보유하고 있어 이번 경영권 분쟁의 ‘키맨’으로도 꼽힌다. 김 이사장은 “국민연금이 수탁자책임위원회에 안건을 올려 사회적 가치 등 종합적 판단을 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느나”는 전진숙 민주당 의원 질의에 “장기적인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