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10.16 재보궐선거가 남긴 것
10.16 재보궐선거에서 여야가 2곳씩 각각 승리했다. 선거 직전 1주 전 여론조사에서 부산에선 야당 단일후보가, 전남 영광에선 진보당 후보가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커졌던 ‘변수’는 실현되지 않았다. 오차범위내 접전을 예상했던 여론조사와 달리 실제 선거에선 10~20%p 차를 보이면서 ‘여론조사 무용론’이 돌았다. 마침 여론조사를 무기로 정권핵심부와 소통하던 자칭 정치컨설턴트 이야기가 떠들썩한 상황이라 공감하는 이가 더 늘었을 수도 있다.
아무리 정확한 조사도 투표를 뛰어넘을 수는 없다. 최대 6~8%p 수준까지 편차가 있는 조사에서 1위 예측은 틀릴 수 있다.
선거 후 더불어민주당은 호남 승리, 인천 강화 접전, 서울교육감 진보 후보 당선 등을 반기며 ‘승리했다’는 식이다. 이재명 대표는 “새로운 민주당에 대한 기대감”이라고 반겼다. 그런가? 호남 선거에서 당 대표를 필두로 총력전을 펼친 결과가 10%p 수준의 신승이었다. 자랑에 앞서 원인분석이 먼저 아닐까.
이 대표는 영광군수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단체장은 좀 달라야 한다는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 지원유세에서도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다음 선거에서 확 바꿔버리겠다”고 말했다. 좋은 말인데 2년여 뒤 정말 그럴 수 있을까.
재보선 당일인 16일 이 대표는 국민의힘 출신 문헌일 서울 구로구청장이 주식 백지신탁 대신 구청장직을 물러나겠다고 선언한 것을 ‘기가 막힌 일’이라며 그를 공천한 국민의힘이 어떻게 책임지는지 보겠다고 했다. 이번에 전남 곡성군수 재선거는 민주당 공천자였던 군수가 선거법으로 물러나면서 벌어졌다. 이 대표 말대로라면 민주당은 공천책임을 져야한다. 실상은? 룰을 바꿔가면서 무소속 후보로 나선 인물을 영입하다시피 받아들여 공천장을 주고 재선거에 내보냈다.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는 야당이 선거연합을 통해 여당 후보와 경쟁했는데 22%p 차로 졌다. 2년 전 지방선거에서는 24%p, 지난 총선 지역구 선거에선 13.25%p 차로 패했다. 야당 후보단일화 후 여론조사에서 여당 후보를 앞선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지만 결과는 직전 총선보다 표차가 더 벌어졌다. 후보연합 과정이 좀더 깔끔했으면 어땠을까. 의석수로 눌러 굴복을 받아내는 방식으로는 지지층을 뛰어넘는 확장력을 인정받기 어렵다.
교육감 선거방식은 이대로 좋은가. 정당선거를 배제한 선거지만 사실 정치선거다. 후보자들도 진보-보수를 자처하며 거대양당을 상징하는 색깔의 옷을 입었다. 단체장 러닝메이트제를 제안하기도 하는데 교육 독자성을 보장하는 방법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학교교육과 직접 연관없는 전·현직 학부모 투표권은 다 보장하면서 직접 교육을 받는 학생들은 원천적으로 배제된다.
이명환 정치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