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미국 대선 이후의 세계경제
미국 대선이 1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인 해리스를 누르고 당선할 것이라는 전망을 담은 지표들이 쏟아지고 있다. 선거 분석 웹사이트인 ‘리얼클리어폴리틱스’는 16일 미 대선 선거 베팅 사이트 7곳의 통계를 집계한 결과 트럼프 후보의 승리 확률은 평균 57.7%로 트럼프 후보 총격 암살 미수 사건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해리스 후보의 승리 확률은 평균 41.3%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 증시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트럼프 미디어의 주가는 연일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가상화폐에 우호적인 트럼프 후보의 영향으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시장마저 들썩이고 있다. 물론 사전투표 의사가 있는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여전히 해리스 후보가 트럼프 후보를 지지율 측면에서 앞선다. 하지만 간접선거 방식인 선거인단 제도를 채택하고 있으며 경합주에서의 승리가 당선 여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미국에서는 크게 의미를 부여할 만한 지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 예측하는 지표 쏟아져
미 대선 결과에 대해서는 당연히 세계인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지만 또 한편으로는 어느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새로 들어서는 미 정부가 추진할 정책은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미국 정책의 트럼프화’라는 커버스토리를 통해 지금의 트럼프 후보는 4년 전의 트럼프에 비해 훨씬 강력하고 극단적인 정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해리스 후보 역시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트럼프 후보와 정책적 차별점은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가령 트럼프 후보는 멕시코를 통해 우회 수출을 감행하는 중국 자동차에 대하여 1000%까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해리스 후보 역시 중국 경제 제재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 당시의 고관세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 나아가 해리스 후보는 경합주인 러스트벨트에서 표심을 얻기 위해 프래킹 공법도 반대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프래킹 공법은 암반에 액체를 고압으로 주입해 셰일가스를 시추하는 기술로 이를 허용할 경우 미국이 에너지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는 계기는 되지만, 셰일가스 채굴 후 폐수로 심각한 지하수 오염, 지반 침식의 우려가 있어 그 동안 친환경주의를 표방한 해리스 후보는 이를 반대해 왔었다.
이렇듯 두 후보의 정책은 언뜻 출발점은 달라 보여도 결국은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바이든 대통령이 재임하던 시절까지 이어져 온 ‘미국 우선주의’라는 대원칙에 수렴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선 이후 미국은 두 후보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것이며, 안정적인 에너지 자원 확보를 위해 환경정책을 크게 후퇴시킬 것임이 자명해 보인다. 또한 이 과정에서 미 정부가 의도적으로 미중 무역갈등을 증폭시키거나 미국 중심의 글로벌 가치사슬(GVC)을 구축하기 위해 더욱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점 역시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세계 각국 미국 우선주의에 대응하는 저성장 보호무역시대 불가피
그렇다 보니 미 대선 이후 더욱 강력해질 ‘미국 우선주의’에 대응하는 각국의 전략 역시 확고해질 전망이다. 미국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관세, 비관세 장벽을 활용한 보호무역조치를 단행한다면 상대국 역시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조치를 마련할 수밖에 없다. 보호무역주의는 연쇄적으로 전세계로 확산되어 갈 것이며 극단적 보호무역주의는 글로벌 교역을 위축시킬 것이다.
반대로 서로 주고받을 것이 있어 시너지를 낼만한 국가 간 역내교역은 활성화 될 것이어서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파트너 교역국을 찾아 긴밀하게 협력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고물가 고금리의 늪에서 간신히 벗어난 세계경제가 바야흐로 저성장 보호무역시대를 맞이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