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값 또 오를까, 유류세 인하폭 축소 방안 유력
유류세 인하조치 추가 연장하되 유류세 인하율은 5%p 축소방안 검토 중
5%p 축소하면 휘발유 40원 올라 … 중동 정세·아직 높은 생활물가 고려
중동지역 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국내 휘발유 값이 다시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에는 중동정세와도 무관하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폭을 다소 낮추는 방안을 유력 검토하고 있어서다.
지난 8월 추가로 연장한 유류세 인하(석유류 탄력세율 적용) 조처는 이달 말 종료 예정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르면 주중 연장 여부를 발표한다.
◆세수결손 상황도 고려 = 최근 물가 안정세가 확산되면서 ‘유류세 정상화’ 시점이 무르익었다는 게 기재부 내부평가다. 실제 9월 소비자물가 상승폭은 연 1.6%로 3년 6개월 만에 1%대로 내려앉았다. 또 올해 29조6000억원대 세수펑크가 예고된 점도 유류세 환원 주장의 배경이 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전면 종료보다 인하율을 부분 환원하는 방식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중동 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내수 부진 등 민생에 미칠 충격파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서다. 전체 소비자물가 지표는 안정세를 보이지만 배추 등 생활물가 체감도는 아직 높다는 점도 고려대상이다.
이에 따라 휘발유는 기존보다 5%p가량 인하폭(20→15%)을 축소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되면 휘발유값은 리터당 40원가량 오른다. 현재 휘발유는 164원(20%) 인하된 656원, 경유는 174원(30%) 내린 407원의 유류세가 각각 부과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물가와 세수뿐만 아니라 중동정세와 맞물린 국제유가 추이, 민생 파급까지 고려할 사안”이라며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시적으로 유류세 인하 조치를 했던 국가들이 많이 있는데, 대부분 국가가 환원해서 복원시킨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는 큰 틀에서 보면 정상화해야 하는데 국민들의 부담을 고려해서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게 기본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유류세 인하 12번째 연장? = 국내 유류세 인하는 지난 2021년 11월 이후 3년 가까이 시행·연장돼 왔다. 이 기간 인하 폭의 일부 확대 또는 축소와 관계 없이 올해 8월 발표한 조처(2개월 연장)까지 총 11차례 연장됐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판매가격은 21일 오전 10시 기준 리터(ℓ)당 1592.4원이다. 국제유가 상승분을 반영한 휘발윳값은 이달 초에 비해 리터당 10원 가까이 올랐다. 인하 폭이 종전 20%에서 15%로 축소되면 1600원선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할인율을 5%p 내리면 가격은 리터당 40원가량 상승한다. 10%p 조정하면 1600원대 후반까지 오르게 된다.
향후 최대변수는 이란, 레바논 헤즈볼라, 이스라엘을 비롯한 서아시아 상황이다. 최근 헤즈볼라 지도자가 이스라엘 방위군 공격에 사망, 긴장이 격화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사저는 헤즈볼라의 드론 공격을 받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4일 국정감사장에서 “지금 국민이 느끼는 고통은 인플레이션, 물가 상승률이 아니라 물가 수준 자체가 높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