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조선 친환경 전환 혼란 지속
해수부 “주저하면 글로벌 경쟁서 밀려” … 해진공 “대부분 선사 투자 저조”
국내 해운·조선산업계가 2050년 즈음 탄소배출 제로(0)를 목표로 한 친환경 해운으로 전환을 두고 계속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18일 한국해운협회 대강당에서 열린 한국해사포럼 세미나 ‘친환경 해운으로 전환과 우리의 과제’에서도 혼란스러운 모습이 그대로 나타났다.
정부는 해운·조선산업의 탈탄소를 지원하는 정책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이시원 해양수산부 해운물류국장은 “우리 해운업도 친환경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며 “(다양한) 제약조건 때문에 선사에서 친환경 전환을 잠시 주저한다면 글로벌 선사와의 경쟁에서 밀려나는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수부는 머스크(덴마크) MSC(스위스) 등 글로벌 선사들이 국제 환경규제에 대응해 선제적으로 친환경 선대로 전환 중이며 그 속도를 높여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선박에 비해 친환경 선박 가격이 비싸고 발주도 어려운 상황이며 △친환경연료 공급망 구축도 초기 단계이고 △연료공급선(벙커링선) 등 인프라도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투자를 주저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안광헌 HD한국조선해양 고문은 한국의 조선·해운산업의 미래를 위해 “최근 조선 해운 물류산업은 친환경·디지털전환 흐름 속에서 각자 따로따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하나의 틀 안에서 움직인다”며 “이에 따른 조선 해양 물류산업의 초격차 기술 개발과 정책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내 선사들의 투자는 더디다.
김형준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업전략본부장은 “글로벌 컨테이너선사들을 중심으로 친환경선박 위주로 선대 개편을 추진 중이지만 국내의 경우 일부 대형선사를 제외한 대부분 선사들의 친환경 선박 투자가 저조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내 선사들은) 높은 선가, 높은 금리, 미래연료가 무엇이 될지 불확실한 상황 등으로 저속운항 등 단기대응책을 선호한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선 해운·조선 기업 경영진들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강선원 우양상선 부사장은 “세미나들이 많이 열리지만 우리같은 중소·중견기업들은 답답할 것”이라며 “친환경 연료가 메탄올이냐 LNG(액화천연가스)냐 암모니아냐 하는 것도, 친환경연료가 공급될 수 있는 로드맵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누구도 설명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민강 HMM 상무는 “우리처럼 신조선 비중 높은 곳은 좀 더 관망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며 “흐름을 보면서 다음 (투자)방향을 잡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탄소포집기술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중견조선소들도 고민이 크다. 차종률 HJ중공업 상무는 “(친환경선박) 선가가 좋아지면서 선수금환급보증(RG)이 더 필요한데 그것이 안되고 있어 걱정하고 있다”며 “우리는 방산도 하는데 안보적 요인도 포함해서 선수금환급보증 등을 고려해 달라”고 요구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