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검사 연임 재가 미루는 대통령실
임기 1주일도 안 남아 … ‘채상병 사건’ 등 수사 차질 불가피
신규 검사 3인 임명도 한달 넘게 ‘감감’ … 조직 불안정 우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사 4명의 임기 만료가 임박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연임 재가를 미루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검사들의 임기가 연장되지 않고 그대로 끝날 경우 그렇지 않아도 인력난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공수처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차정현 수사기획관과 이대환 수사4부장, 송영선·최문정 수사3부 검사 등 공수처 검사 4명에 대한 연임안을 전날까지 재가하지 않았다.
이들은 2021년 임명된 공수처 ‘1기’ 검사들로 오는 27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공수처 검사의 임기는 3년으로 공수처 인사위원회의 연임심사를 거쳐 대통령의 재가로 3회(최장 12년)까지 연임할 수 있다.
앞서 공수처 인사위는 지난 8월 13일 이들에 대한 연임을 만장일치로 의결했지만 임기를 채 1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까지 윤 대통령이 재가하지 않으면서 연임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이종수 전 공수처 검사의 연임원을 재가한 바 있는데 임기 만료를 11일 앞둔 시점이었다.
윤 대통령의 연임 재가를 기다리는 이 부장검사는 대통령실이 연루된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과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 고발 사건 수사 등을 맡고 있다. 송영선·최문정 검사가 속한 수사 3부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과거 법무부장관 시절 댓글팀을 운영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공수처 수사의 힘을 빼기 위해 윤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재가를 늦추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17일 공수처를 대상으로 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수처 검사 연임) 재가를 안 하는 건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공수처 수사를 방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당 김승원 의원은 “대통령이 피의자가 될 수 있는 사건을 수사하는 검사에 대해 대통령은 사적 이해관계가 생겼다”며 “공직자의 채용·승진·보상·벌 등이 대통령의 직무인데 사적 이해충돌이 있으니 회피하거나 빨리 임명해 불필요한 논란이 생기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동운 공수처장은 “연임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거라고 확신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연임 재가가 계속 늦어지면서 공수처 안팎에선 수사는 물론 조직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마저 감지된다. 공수처 검사 정원은 25명이지만 현원은 19명에 그친다. 4명의 검사 연임이 무산될 경우 15명으로 쪼그라든다. 여기에 박석일 수사3부 부장검사도 최근 사의를 밝힌 상태다. 그렇다고 신규 검사 충원이 순조로운 것도 아니다. 공수처는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2명을 선발해 지난달 10일 인사위를 거쳐 대통령실에 추천했지만 윤 대통령이 한 달 넘게 임명하지 않아 임용을 못하고 있다. 자칫 정원 대비 공수처 검사 수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수도 있다.
공수처 관계자는 “대통령실에서 아직까지 소식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인사와 관련해 공수처는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