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직 정년 65세…정년연장 논의 확산되나
행안부, 단계적 연장 결정
대상 많은 지자체에 영향
공무원·민간 확산도 기대
행정안전부가 소속 공무직 근로자 2300여명의 정년을 단계적으로 65세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중앙부처 중에서 직종과 관계없이 공무직 전체 정년을 연장한 곳은 행안부가 처음이다. 이미 고용노동부 등 일부 부처와 지자체에서 특정 직종이나 다자녀 근로자에 대한 정년을 연장한 적은 있지만, 정부부처 대표 격인 행안부가 공무직 정년 연장을 결정한 만큼 전체 중앙부처·공공기관과 지자체로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미 국회에 발의돼 있는 관련 법안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행안부는 소속 공무직 근로자 2300여명의 정년을 65세까지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내용의 ‘행안부 공무직 등에 관한 운영규정’을 지난 14일부터 개정·시행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지난 9월 행안부와 소속 공무직 노조와 체결한 단체협약을 반영한 것이다.
공무직은 정년이 보장된 무기근로 계약직으로 공공기관에 소속된 정규직 근로자다. 주로 시설관리 환경미화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2018년 문재인정부가 추진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새로 만들어진 직종이다. 공무직은 공무원법 대신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임금과 복지는 소속 기관·단체의 임금·단체 협약을 통해 결정된다.
이번에 개정된 운영규정에 따라 행안부 소속 공무직 근로자는 만 60세를 맞은 해에 연장 신청을 하면 심의를 거쳐 정년이 연장된다. 올해 만 60세인 1964년생은 63세, 1965~1968년생은 64세, 1969년생부터는 65세로 정년이 단계적으로 늘어난다. 올해 대상자는 18명, 내년 대상자는 35명이다.
행안부 청사관리본부 관계자는 “공무직 전환 과정에서 정년이 65세인 기존 용역직원들이 함께 섞여있다 보니 공무직 간 노노갈등이 있었다”며 “국민연금 수급시기도 늦춰지다 보니 소득공백이 없도록 정년 연장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행안부의 공무직 정년 연장 결정은 다른 중앙부처·기관과 지자체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미 대구시는 올해 7월부터 광역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다자녀 가구 공무직 직원에 대해 퇴직 이후에도 1~2년 다시 고용하는 ‘정년 뒤 계속 고용’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시 산하 일부 자치구도 공무직 정년을 연장해 운영하고 있다. 고용부 등 일부 중앙부처들은 미화 등 일부 직종에 대해 정년을 연장한 바 있다.
국회 논의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자녀가 2명 이상인 국가기관과 공공기관 소속 공무직과 무기계약직 직원을 정년 이후에도 최대 2년간 재고용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것이 골자다. 이 법은 민간기업에 대해서도 다자녀 정년퇴직자가 희망하는 경우 재고용을 위해 노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자녀가 2명인 경우 정년 후 1년, 자녀가 3명 이상인 경우 정년 후 2년 이상 재고용하도록 사업자가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박해철 서영교 박 정 박홍배 강훈식 의원 등이 정년 연장과 관련한 고령자고용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한편 행안부는 운영규정 개정을 통해 공무직의 육아시간·가족돌봄휴가도 공무원과 같은 수준으로 늘렸다. 그동안은 5세 이하의 자녀가 있는 공무직이 24개월 동안 하루 최대 2시간까지 육아시간을 쓸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대상 자녀의 나이가 8세로 확대됐고, 쓸 수 있는 육아시간도 36개월로 늘었다. 또 불임·난임 치료를 포함해 요양이 필요한 경우 최대 1년간 휴직할 수 있으며, 1년 이내 연장도 가능하게 됐다. 임신 중이거나 8세 이하 자녀를 양육하는 공무직이라면 3년 이내의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다. 포상휴가제를 신설해 근속기간 10년 이상은 5일, 20년 이상은 10일의 포상휴가를 갈 수 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