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무대서 맞붙은 북한군 파병 논란
남 “러시아, 불량국가 동원해 도박” … 북 유엔대표 “근거없는 소문”
그는 병력 파견으로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관여가 질적으로 변화했고, 북한이 ‘적극적인 교전 당사자’(an active belligerent)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북한이 군사적·재정적 지원 혹은 핵무기 관련 기술과 같은 반대급부를 러시아로부터 기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엔 주재 미국 대표도 “만약 사실이라면 이는 위험하고 매우 우려되는 발전이자 깊어진 북러 군사 관계를 시사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로버트 우드 유엔 주재 미국 차석대사는 이날 안보리 회의에서 “우리는 이 같은 극적인 움직임이 주는 함의와 관련해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협의하고 있다”면서 “만약 러시아가 정말 병력 문제로 북한에 의존하고 있다면 이는 크렘린궁이 절박한 상태에 있음을 나타내는 신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이날 회의에 참석한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미국과 그 동맹국은 이란, 중국, 북한을 부기맨(아이들에게 겁을 줄 때 들먹이는 귀신을 일컫는 말)으로 삼아 두려움을 팔며 주의를 분산시키고 있다”면서 “이 같은 수법이 과거에 썼던 전략보다 훨씬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이날 북한의 공식 반응도 나왔다. 주유엔 북한대표부 관계자는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제1위원회(군축·국제안보 담당) 회의에서 답변권을 얻어 “러시아와의 이른바 군사 협력에 대해 우리 대표부는 주권 국가 간의 합법적이고 우호적인 협력 관계를 훼손하고 우리의 국가 이미지를 더럽히려는 근거 없는 뻔한 소문에 대해 언급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면서 “이들 국가가 주장하는 주권 국가 간의 이른바 무기 이전은 (군축·국제안보 관련) 토론 주제에 배치된다”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발언은 북한이 러시아와 무기 거래를 하고 있으며 조만간 러시아에 대규모 병력을 파견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우크라이나 정부 대표의 발언에 대한 답변권 행사로 나왔다.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이날 “가용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우크라이나군과 싸우기 위해 약 1만1000명의 정규군을 가까운 시일 내에 러시아군에 함께 배치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반박 성격이지만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해 오던 북한군 러시아 파병설에 대한 북한 당국의 첫 공식 반응인 셈이다.
유엔 사무국은 이번 파병론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파르한 하크 유엔 사무총장 부대변인은 이날 유엔본부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관련 보도에 관한 입장을 묻는 말에 “이와 관련된 공식적인 확인은 아직 없다”라고 전제한 뒤 “유엔 안보리 제재위원회에서 대북 제재에 대한 모니터링이 이뤄지고 있으며 만약 제재 위반 사항이 있다면 그들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대북 제재를 감시하는 대북제재위 산하 전문가 패널이 해체된 상황이라는 지적에는 “전문가 패널은 해체됐지만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답했다.
한편 국가정보원은 지난 18일 북한이 러시아군을 지원하기 위한 파병을 결정했으며 1500명의 병력이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훈련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