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중독, 처벌에서 치료·재활 중심으로

2024-10-23 13:00:02 게재

만성질환적 중독 지원 인프라 없어 … “급성-외래-재활 진료체계 갖춰야”

마약류 중독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마약중독 관리가 처벌 위주로 돼 있어 치료와 재활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은정 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입법조사처가 23일 발행한 현안분석 ‘마약 중독자 치료보호체계 구축방안’ 보고서에서 “마약류관리법 상 마약 중독 치료와 치료 보호를 지원한다고 돼있지만 보편적 질병과 건강문제로서 마약 중독 치료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는 없는 상태”라며 “마약류 중독자에게 조기에 치료ㆍ재활을 제공한 후 사회로 복귀시킬 수 있는 법ㆍ제도를 형사법적 조치에 앞서 고민해야 할 시기가 됐다”고 밝혔다.

마약류 사범은 늘고 있지만 진료 인원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검거된 마약류 사범은 이미 2015년에 1만명을 넘어섰다. 2023년 2만7611명이었다. 이 수치에다가 암수 범죄율 30배를 적용하면 마약류 사용자가 6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된다.

하지만 치료받은 환자의 수는 최근 5년간의 수치만 보더라도 6000~6500명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전체 마약 중독자의 약 1% 정도만 치료를 받고 있는 셈이다.

이는 마약류 중독을 치료받고 싶더라도 활용할 수 있는 기관이 주변에 없거나 낙인의 두려움이나 신분 노출의 두려움 때문에 병원 방문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정책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마약류 중독자에 대한 관리에서 치료와 재활 영역이 아직 미진함을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마약류 중독자가 정부 지원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 지정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대검찰청이 발표한 ‘2023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중독자 치료 보호 기관은 전국에 25곳이다. 이 중 60.0%(15곳)는 치료 실적이 ‘0건’으로 조사됐다. 치료 실적이 있는 나머지 10곳 중에서도 ‘인천참사랑병원(461명)’과 ‘국립부곡병원(93명)’이 전체 실적의 86.4%를 차지했다. 사실상 마약 중독 환자를 적극적으로 진료하고 있는 병원이 전국에 두 곳뿐인 셈이다.

미국과 영국은 법원-병원-지역사회의 전달체계를 활용한 치료적 사법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미국의 리드(LEAD)는 마약 중독자를 지역사회 내의 재활프로그램으로 전환시키는 프로그램이다. 영국은 마약류중독자가 치료가 필요하다고 법원이 판단할 경우 본인 동의하에 검사와 치료를 받게 하고(비용은 정부가 부담), 해당 기간 동안 법원이 중독자의 치료과정을 감독하게 된다.

김 조사관은 “지역사회의 의원들도 마약 중독 외래 치료를 실시할 수 있어야 하고 지역사회 커뮤니티를 통해 중독 재활센터나 자조 모임으로 연계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치료기관의 활발한 참여를 위해 현실성을 반영한 수가를 마련하도록 하는 관련 연구도 뒤받침돼야 한다.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체계 구축을 위한 입법과제로는 중독의 특성상 예방과 치료가 처벌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치료적 사법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제도나 정책 필요성이 제기된다. 중독재활센터는 법적 근거가 있는 시설이 아니다.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마약 예방 및 재활에 들어가는 비용이 일회성에 그칠 경우 조직의 존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가 정기적인 예산 편성을 안정적으로 받기 위해 중독 재활시설이라는 역할을 강화할 수 있도록 기관의 목적 및 사업 수행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일반 의료기관의 참여가 활발하지 않을 것을 고려해 마약치료를 전담하는 병원을 설립 운영하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국립암센터와 같이 특수목적의 국립병원을 만들면 효율적일 수 있다.

중독자의 우울증 관리를 위해 지역사회의 동네 정신건강의학과 의원들도 마약 중독 외래 치료를 실시할 수 있어야 하고, 이러한 동네의원을 포함한 지역사회 커뮤니티를 통해 중독 재활센터나 자조 모임으로 연계될 수 있어야 한다.

미국 국가약물남용연구소(NIDA)는 마약중독은 만성질환이기때문에 치료 전략을 마련할 때도 당뇨 관리 모델을 기반으로 다루어야 한다고 했다.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중독거점센터(가칭)의 설치를 통해 마약사범의 검거부터 치료하여 사회로 복귀시킬 때까지의 각 단계별로 전주기 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전담연구기관의 설립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마약 중독의 원인과 개인 및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중독 예방을 위한 과학적 근거 규명, 그리고 치료법 적용을 위해 국립약물남용연구소를 설립하여 매년 대규모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

김 조사관은 “마약 중독 환자 치료에 대한 표준진료지침을 마련하고 적절한 수가를 적용해 국가에서 지정한 치료기관 외의 일반 의료기관에서도 마약 중독 환자를 진료할 수 있도록 환자와 의료기관을 유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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