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 회계부정 제재 끝나면 카카오페이 제재 시작
증선위, 분식회계 의혹 내달 6일 제재 결론 … '중과실' 회계위반 가능성
금감원, 카카오페이 제재 절차 착수 … 신용정보 542억건, 중국 유출 사태
카카오모빌리티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금융당국의 결론이 내달 나올 예정인 가운데 조만간 신용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한 카카오페이에 대한 제재절차가 시작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금융당국 제재에서 고의로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혐의를 벗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체 가입 고객 4045만명의 신용정보를 중국 알리페이에 넘긴 카카오페이의 경우 금융당국으로부터 강도 높은 제재가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조사,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23일 정례회의를 열고 카카오모빌리티 회계위반 사건과 관련해 논의를 진행했다. 증선위는 이날 회의에서 카카오모빌리티 회계위반과 관련한 제재 수위에 의견을 모을 것으로 알려졌다. 2주 뒤 열리는 정례회의에서 제재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증선위원들은 그동안 논의를 진행하면서 카카오모빌리티가 고의로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식회계 의혹을 조사한 금융감독원은 가장 높은 제재 단계인 ‘고의 1단계’로 판단, 사전 통지를 통해 과징금 약 90억원, 류긍선 대표 해임권고, 검찰 고발 등을 예상 제재수위로 조치안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증선위는 고의 보다 한 단계 낮은 중과실에 무게를 두고 있어서 금감원이 올린 조치안이 수정 의결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모빌리티의 분식회계 혐의는 가맹 택시 사업의 매출 부풀리기 의혹이다. 카카오모빌리티 자회사인 케이엠솔루션은 카카오 T 블루 가맹 택시의 가맹본부 역할을 하며 차량 관리, 차량 배차 플랫폼 제공, 전용 단말기 유지보수, 경영 관리, 정기적인 가맹서비스 품질관리 등 가맹 서비스를 가맹회원사에 제공하고 그 대가로 운행 매출의 20%를 가맹금(로열티)으로 받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 T 블루 가맹회원사들과 ‘업무 제휴 계약’을 맺고, 차량 운행 데이터와 광고·마케팅 참여 등의 지원을 제공받는 대가로 회원사에 운임의 약 16~17%를 지급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받은 가맹금 전체를 매출로, 가맹 택시들에게 지급한 금액은 비용으로 처리했다.
운행 매출의 20%를 가맹금으로 받고 약 16~17%를 다시 지급한 것과 관련해 금감원은 운임의 3~4%만 매출로 계상해야하는데, 20%를 모두 매출에 반영한 것이 회계위반이라고 판단했다. 두 계약(가맹 계약과 업무 제휴 계약)을 경제적 동일체에 의한 것이라고 본 반면에 카카오모빌리티는 두 계약이 서로 구속력이나 강제성이 없으며 각각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별개의 회계처리가 정상이라고 반박했다.
금감원은 비용이나 매입가액을 뺀 차액을 매출액으로 인식하는 순액법을, 카카오모빌리티는 총액법을 주장하며 공방을 벌였다.
일각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상장을 위해 매출 부풀리기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회사측은 “매출을 부풀린다고 해도 회사의 본질적 가치를 나타내는 실제 현금 흐름과 영업이익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오히려 회사의 이익은 그대로 인데 매출만 높아지는 경우, 영업이익률이 떨어짐에 따라 회사의 가치가 하락하고 상장에 불리해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증선위가 내달 6일 제재 결정을 내리면 제재절차는 지난 4월 감리위원회 회의를 시작으로 7개월 만에 마무리되는 것이다.
카카오측은 카카오모빌리티의 제재 불확실성 해소로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또 다른 계열사인 카카오페이의 제재절차가 시작된다는 점에서 악재가 해소되지 않는다.
지난 17일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카카오페이의 신용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행정법상 위반 내용에 따라 제재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카카오페이의 제재심의위원회 회부를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빠르면 내달, 늦어도 12월에는 제재심이 열릴 예정이다. 카카오페이는 금감원에 제출한 자료에서도 기존 주장대로 고객정보를 정상적인 위·수탁 과정을 거쳐 제공한 것일 뿐 불법제공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정보법에는 개인신용정보의 처리 위탁으로 정보가 이전되는 경우, 정보주체의 동의가 요구되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다. 처리위탁은 위탁자(카카오페이)가 원활한 업무 처리를 위해 제3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금감원은 카카오페이가 전체 고객의 개인 신용정보를 고객 동의 없이 알리페이에 제공했다는 내용의 검사결과를 발표했다. 알리페이에 제공된 정보는 카카오계정 ID, 핸드폰번호, 이메일 및 카카오페이 가입내역과 카카오페이 거래내역(잔고 충전 출금 결제 송금내역) 등이며 총 542억건(누적 4045만명)에 달한다. 카카오페이가 넘긴 정보가 정상적인 ‘위·수탁 계약’에 따른 것인지 여부가 최대 쟁점이 될 예정이다.
금감원과 카카오페이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라서 제재절차가 시작되더라도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