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누수 … 주민간 갈등 구청이 중재
중구 ‘갈등소통방’ 통해 직접 지원
이웃끼리 돕도록 주민조정가 양성
# 상업지역 내 고시원에 거주하는 60대 남성. 1.5차선 건너편 주점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 때문에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처벌을 원한다며 신고를 했지만 실제 측정해보니 기준치 이하였다.
# 다세대주택 중간층에 거주하는 중년 여성. 위층에 사는 홀몸노인 집에서 물이 새 천정이 망가지는 등 피해가 큰데 검사 자체를 거부해 입증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어렵게 수소문해 연락이 닿은 자녀 역시 개입을 꺼렸다.
통상 이같은 갈등은 피해를 입은 주민이 이사를 가면서 마무리된다. 서울 중구에서는 달랐다. 주점측에서 야간에 음악소리를 약간 낮췄고 “무시당했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고시원 입주자는 “매우 만족한다”고 태도를 바꿨다. 누수문제도 1년 이상 끌긴 했지만 결국 아랫집 피해가 입증됐고 층간갈등은 원만하게 해결됐다. 주민과 주민 갈등이지만 공공이 개입해 적극적으로 나서 중재했기 때문이다.
23일 중구에 따르면 민선 8기 들어 운영을 시작한 ‘갈등소통방’이 톡톡히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2022년 조직 내에 갈등관리팀을 신설하고 전문인력을 갈등조정관으로 채용했다. 이듬해 초에는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 서울와이엠시에이(YMCA) 이웃분쟁조정센터와 협약을 맺고 외부 지원체계를 꾸렸다.
공공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갈등관리심의위원회에서 담당하고 갈등소통방은 이웃간 갈등·분쟁을 조정한다. 그간 행정이 관심을 두지 않았던 층간소음 흡연 누수 등 생활 속 분쟁을 조정하는 게 핵심이다. 구는 “사회가 점점 복잡해지고 다원화되면서 갈등이 첨예해지고 이웃과 소통부족으로 지역 구성원 사이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며 “대화와 소통으로 공동체를 회복하고 갈등 없는 지역사회를 구현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공동체 생활을 저해하는 이웃간 갈등 6개 항목을 정해 전화나 전자우편으로 신청을 받는다. 신청이 들어오면 공무원 2명이 조를 이뤄 현장을 방문해 상황을 확인하고 분석해 상담·조정을 하게 된다. 조정안에 대해 양쪽 모두 특히 신청인이 만족해야 사안이 마무리된다.
지난달까지 1년간 갈등소통방을 운영했는데 총 80건 갈등사안이 접수됐다. 층간소음이 18건으로 가장 많고 누수 흡연 반려동물 등이 뒤를 잇는다. 이 가운데 33건은 공식 마무리했다. 모두 신청인이 ‘만족한다’는 답을 한 뒤에 조정을 종료했다. 현재 6건 조정을 진행 중이고 나머지 41건은 법적 분쟁이거나 단순 민원 등이라 상담을 마무리한 경우다.
주민들도 이웃을 돕는 조정가로 합류한다. 마을갈등조정지원단 주민조정가다. 이웃간 생활 분쟁을 스스로 조정할 수 있도록 갈등관리 교육을 실시하고 수료한 24명을 주민조정가로 위촉했다. 지난달에는 사례와 실습 중심 심화교육까지 진행했다. 한 참가자는 “서로 양보해 갈등이 커지는 걸 막고 대안을 찾아내는 걸 보고 소통과 조정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며 “더 많은 주민들이 교육을 받는다면 이웃끼리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확산될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구는 주민조정가들이 지속적으로 전문성을 쌓아 공동체 내 갈등 중재자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길성 중구청장은 “소통과 화합을 통한 ‘원팀’ 실현이 중구 발전 원동력”이라며 “주민들의 적극적인 활약을 통해 주민이 주인 되는 중구가 실현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