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41곳 운영 중인데…케이블카 우후죽순
기존시설 애물단지 전락했지만
20여개 지역 장밋빛 기대 품어
수많은 지자체들이 장밋빛 기대를 품고 관광용 케이블카 설치에 나서고 있다. 최소 수백억원의 비용이 들지만 관광객을 대거 유치할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앞서 케이블카를 설치해 운영 중인 지자체 대부분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고, 일부 시설은 시설물 유지관리를 위해 사람을 태우지 않고 운행하는 경우까지 있다.
당장 지리산권 지자체들이 들썩이고 있다. 지난해 통합 재정지수 700억원 적자를 기록한 경남 산청군은 뚜렷한 재원마련 방안도 세우지 않고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 중이다. 전남 구례군도 산동면에서 지리산 성삼재까지 연결하는 케이블카를 추진 중이다. 전남 남원과 경남 함양, 전북 남원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노선을 제안하며 이웃 지자체들과 경쟁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다른 국립공원으로도 번지고 있다. 충남 공주시는 계룡산 케이블카를 추진 중이다. 광주 무등산, 전남 영암 월출산, 경북 영주 소백산, 충북 보은 속리산, 서울 도봉 북한산 등도 비슷한 상황이다.
강원도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강원특별법에 따른 인허가 특례가 주어지자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 중인 지자체가 대거 늘었다. 설악산 케이블카의 경우 환경영향평가 문턱을 넘지 못해 2015년 조건부 승인을 받고도 지난해 착공까지 8년이 걸렸다. 하지만 강원도가 인허가 권한을 넘겨받자 상황이 달라졌다. 강릉~평창 선자령 구간, 강릉 주문진~소돌해변, 원주 치악산, 삼척 대어리, 철원 금학산, 고성 설악산 울산바위 등 6곳에서 케이블카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현재 운영 중인 케이블카도 이미 포화 상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손명수·염태영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서 관광용으로 운영되는 케이블카는 41곳이다. 현재 사업허가를 받아 설치 중인 케이블카는 강원 양양군이 추진하는 설악산 오색과 원주시가 추진 중인 간현관광지 2곳이다. 인천 강화 석모도와 부산 황령산, 경기 포천 명성산, 강원 속초 4곳은 안전검사 전문기관의 검토를 마친 상태다.
케이블카 설치 지역 가운데 강원 삼척·태백·화천과 경북 울릉, 경남 사천·통영은 지자체가 직접 운영한다. 이 때문에 운영 적자는 해당 지자체 재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역 케이블카의 원조격인 통영케이블카도 적자로 돌아섰다. 2008년 개통 이후 이용객이 꾸준히 늘어 2017년 141만명을 유치하며 정점을 찍었지만. 이후부터는 가파르게 줄고 있다. 지난해 이용객은 42만5753명으로 줄었고, 적자는 39억원 발생했다. 사천시 각산~초양도 케이블카의 지난해 이용객은 46만5774명, 매출액은 64억원이다. 이는 2018년 개통 당시 수익 172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삼척시 용화~장호 케이블카는 지난해 20만463명이 이용했다. 개통 초기 연간 50만명 이용을 기대했지만 실적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이 사업에는 272억원이 들었다. 이런 상황인데도 삼척시는 800억원의 민간자본을 유치해 해상케이블카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태백시 케이블카는 지난해 1만1594명, 화천군 케이블카는 2만4301명 이용했다. 울릉군 케이블카의 지난해 이용객도 겨우 10만명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민간이 운영 중인 35곳도 지자체에 재정부담을 주기는 마찬가지다. 이들 지역은 시설을 민간에 위탁해 운영하거나 시설물 기부채납을 조건으로 민자를 유치해 운영 중이다. 2020년 7월 개통한 경북 울진 왕피천케이블카는 경영난 때문에 지난해 3개월간 운영을 중단하기도 했다. 애초부터 적자를 면치 못하는 케이블카도 있다. 2022년 4월 개통한 경남 하동군 케이블카는 누적 적자가 약 78억원이고, 2021년 9월 개통한 전남 해남·진도 명량해상케이블카는 3년간 누적 적자가 148억원이나 된다. 개장 당시 연 100만명 유치를 목표로 내세웠던 명량해상케이블카는 3년째 연 이용객이 20만명을 밑돌고 있다. 지난해 이용객은 15만3470명이다.
한 지역 관광업계 관계자는 “서울 남산처럼 지속적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지역은 그나마 1회성 이용을 통해서라도 운영을 이어갈 수 있겠지만 국내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지역은 아예 사업성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