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부산·경남 행정통합 의지는 있나

2024-10-24 13:00:01 게재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급물살을 탔다. 수차례 추진과 번복을 거친 시련의 결과다. 최종 통합까지 변수가 없지 않겠지만 현재 흐름으로는 통합이 가시화된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이는 통합 형태와 시·군·구 사무권한, 청사 위치 등 중요한 쟁점이 거의 타결됐기 때문이다. 순조롭게 마무리되면 2026년 명실공히 인구 500만명의 메가시티가 탄생하게 된다. 수도권을 제외하곤 가장 큰 자치단체다.

이는 지방소멸 시대에 따른 시대적 흐름으로 보인다. 분권을 강조하며 쪼개기가 대세이던 시대에서 힘을 모으는 형태로 변화하는 메가시티 신호탄이기도 하다. 이는 다른 지자체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충청권 호남권도 대구·경북 통합 분위기에 편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지난 지방선거 이후 가장 먼저 통합을 추진했던 부산·경남은 여전히 먼 산 보듯 하는 분위기다. 통합을 두고 누가 앞서고 뒤서고의 문제는 아니지만 왠지 느긋한 것 같다.

사실 부산·경남은 다른 시·도 간 통합과는 차이가 있다. 경남이라는 하나의 단위에서 부산시와 울산시로 쪼개진 것을 다시 되돌려 합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2026년 지방선거가 1년 반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시간적 한계에도 당면했다. 내년 1년 안에 마무리짓지 못하면 사실상 통합은 공수표가 될 수밖에 없다.

항간에는 지난해 여론조사 이후 사실상 김이 빠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통합추진에 대한 시·도민들의 인지 자체가 너무 낮은 탓이다. 울산은 아예 통합에서 발을 뺀 상태다.

그러다 보니 추진 분위기도 대구·경북과는 큰 차이다. 이달 중순 깃발을 올리려던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 출범도 미뤄진 상태다. 시·도민 의견을 모아 내년 6월쯤 추진여부를 결정한다고 한다. 여론조사에서 통합 의견이 과반이면 추진하고 지난해처럼 낮으면 포기하겠다는 것을 전제로 했다. 이쯤 되면 여론에 떠밀려 마지못해 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느리게 가더라도 통합만 된다면야 기초를 더 탄탄히 다지겠다는데 무엇이 문제겠나. 하지만 엑스포 유치를 위해 부산 전체를 도배하던 것에 비하면 한산해도 너무 한산하다. 행정통합에서 그런 분위기는 눈을 씻고도 볼 수 없다. 물론 엑스포 경우처럼 열심히 추진했다 실패한 아픔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박형준 시장 스스로가 지방분권 전도사라 할 정도로 균형발전에 공을 들이지 않았던가. 부산은 제2도시 위상도 이제 위태롭다. 그냥 있으면 2030년 이후 인천에 밀리는 것은 기정사실인데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으로 4위 도시로 처질 처지다. 통합이든 뭐든 하지 않으면 소멸이 아니라 자멸이 될 수 있다. 부산·경남 두 광역단체장의 통 큰 결단을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곽재우 자치행정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