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채 10년물 기간프리미엄 급등
제로에서 0.25%로 ↑
적자·선거 우려에
투자자 추가수익 요구
미국채시장이 여러 악재에 경고음을 내고 있다. 24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번달 미국채 10년물 기간프리미엄(term premium)이 제로 수준에서 0.25%로 급등했다. 지난해 11월 0.50% 이후 최고 수준이다.
기간프리미엄이란 투자자들이 만기가 긴 채권에 추가로 요구하는 금리 수준을 의미한다. 채권을 장기간 보유하는 데에 따른 위험을 반영한 보상 격이다.
블룸버그는 “기간프리미엄은 투자자들이 미국채 장기물의 향후 리스크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보여주는 중요 정보”라며 “리스크 요인에는 인플레이션이나 미국채 공급량, 단기금리의 예정경로를 넘어서는 요소 등이 있다”고 전했다.
현재 기간프리미엄 급등은 미국채시장 매도세와 맞물리고 있다. 투자자들은 미경제 지표가 예상 외로 호조를 보이면서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하 폭이 예상보다 얕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 치열한 접전 양상인 미국 대선이 점차 트럼프 후보에 유리해지고 공화당도 의회를 장악할 것이라는 투자자 심리가 확산되는 것도 한 요인이다. 그럴 경우 재정지출과 세금감면이 더 늘어날 수 있다. 트럼프 후보의 관세 인상 계획도 인플레이션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
자산운용사 DWS아메리카스의 채권헤드 조지 캐트럼본은 “선거와 재정상황, 관세 리스크가 모두 합쳐지면서 기간프리미엄을 밀어올리고 있다”며 “고용시장과 소비심리 회복탄력성은 인플레이션을 연준의 장기 목표치보다 더 높게 유지시킨다”고 말했다.
미국채 10년물 기간프리미엄은 지난해 10월 플러스로 돌아섰다. 2021년 6월 이후 처음이다. 적자지출 우려가 커지면서 0.50%에 육박했다. 기간프리미엄은 2020년 마이너스(-) 1.67%까지 떨어진 바 있다. 당시 인플레이션이 하락세였던 데다 연준이 양적완화 일환으로 수년에 걸쳐 미국채를 적극 매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채시장 전반에 매도압력이 가중되면서 기간프리미엄이 상승추세다. 블룸버그 미국채지수는 이달 들어 2.1% 손실을 기록했다. 미국채는 올해 4월 이래 처음으로 월간 손실을 기록할 전망이다. 10년물 금리는 4.25%에 육박했다.
미국채 약세 분위기는 이달 초 촉발됐다. 9월 고용지표가 예상외로 호조를 보였기 때문이다.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의 GDP 예상치에 따르면 미경제는 3분기 3.4% 확장했다.
월가 부티크 투자회사인 BBH의 전략가 엘리아스 하다드는 “트럼프 2기가 현실화되면 미국 재정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커지고 있다. 때문에 투자자들은 장기국채를 보유하는 데 따른 리스크를 기간프리미엄으로 보상받으려 한다”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