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통합추진에 다급해진 부산·경남
충청권, 대전·충남 통합 우선 추진
소외위기 광주·전남 국감서도 지적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에 속도가 붙으면서 통합을 논의 중인 다른 지자체들의 마음이 급해졌다. 수도권에 대응할 지역 거점 경쟁에서 주도권을 대구·경북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4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경남이 가장 다급해졌다. 실제 대구·경북 통합 논의에 자극받은 부산시는 미뤄진 공론화위원회 출범을 시작으로 행정통합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두 지자체는 우선 다음달 중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당초 10월 중순으로 예정됐지만 전국체전 일정 때문에 다소 늦어졌다. 하지만 대구·경북이 2026년 7월 통합지자체 출범을 공식화한 만큼 속도를 더 늦출 수 없게 됐다. 정부의 지원과 특례가 대구·경북으로 몰릴 경우 수도권에 대응할 거점을 구축하려던 부산·울산·경남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부산시는 위기감이 더 크다. 대구·경북이 계획대로 2026년 7월 대구경북특별시로 출범할 경우 서울에 이은 제2 도시 지위를 내줄 수도 있는 상황이다.
부산·경남은 다만 통합의 방향에 대해서는 대구·경북과 차별을 두기로 했다. 대구·경북이 의회에서 통합을 결정하려는 것과 달리 부산·경남은 주민투표를 거칠 계획이다. 통합의 당위성을 확보하고 통합 이후 생길 수 있는 갈등을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부산시 관계자는 “갈등을 줄이고 주민의사를 반영한 상향식 통합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행정통합에 대한 두 시·도지사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말했다.
충청권도 행정통합 논의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전·세종·충남·충북 4개 시·도가 특별지방자치단체인 충청광역연합을 준비 중인만큼 통합 논의는 대전·충남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다. 속도를 내지는 않지만 행정통합 논의에서 비껴서 있지 않겠다는 의도다. 실제 대전시는 최근 이장우 시장 지시로 대전세종연구원과 함께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행정통합은) 쉽게 판단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넓고 깊게 연구하고 있다”며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가 많아 예상보다 늦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세종·충북은 한발 비켜서 있다. 충청광역연합이 행정통합보다는 느슨한 형태이지만 충청권을 하나의 생활경제권으로 하자는 취지인 만큼 통합 논의는 다른 지역 상황을 지켜보며 결정하겠다는 태도다.
광주·전남은 조금은 답답한 상황이다. 전남도는 자체로 특별자치도 전환을 추진 중이다. 지역 현안 중 하나인 광주 군공항 이전 문제로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것도 통합 논의를 가로막는 요소다. 과거 광주전남연구원을 통해 행정통합에 대한 유보적 결론을 내린 바도 있다. 광주와 전남 어느 쪽도 먼저 통합을 제안하고 나서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이 때문에 현재 거점별로 진행 중인 권역별 행정통합 논의에서 광주·전남은 다소 소외되는 분위기다. 지난 22일 광주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같은 상황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달희 국민의힘 의원은 “광주·전남은 행정통합 논의가 단절된 것 같다”고 지적했고, 행정안전위원장인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동사업 발굴, 경제공동체 구현, 행정통합 등 단계는 불가피하지만 대구·경북을 배우고 더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