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축소해 도로 만든다고?

2024-10-24 13:00:12 게재

더현대 교통개선대책 논란

광주시 보행자정책에 역행

광주광역시에 복합쇼핑몰 건설을 추진 중인 ‘더현대 광주’가 인도에 도로를 만드는 교통개선대책을 제시해 논란이 예상된다. 이 같은 방안은 보행자 중심도시(대자보 도시)를 추진하는 광주시 정책에도 역행해 광주시 결정에 관심이 쏠린다.

24일 광주시에 따르면 복합쇼핑몰 더현대 광주 신축 허가에 앞서 교통개선 대책 등을 심의하는 2차 교통영향평가가 오는 31일 열릴 예정이다. 지하 6층, 지상 8층 연면적 27만4079㎡ 규모인 더현대 광주는 오는 2027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앞서 지난달 25일 열린 1차 심의 때 교통량 폭증에 따른 대책으로 대로 1-35호선(폭 35m)과 중로 1-가호선(폭 23m)에서 복합쇼핑몰로 들어가는 출입구에 감속차로(셋백, 폭 3m)를 설치해 기부채납하라는 보완 결정이 나왔다. 이에 따라 더현대 광주는 지난 22일 주간선도로인 대로 1-35호선과 중로 1-가호선에 각각 감속차로를 만드는 개선방안 등을 제출했다.

문제는 개선방안에 인도를 축소해 감속차로를 만드는 대책이 담겨 있는 점이다.

더현대와 인접한 대로 1-35호선 양쪽에는 폭 4.5m 인도(보도)가 있고, 이를 경계로 더현대 소유 4m 공개공지(공터)가 있다. 국토교통부령에 따르면 인도 폭은 최소 2m 이상, 감속차로 폭은 최소 2.75m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이곳의 인도 폭이 규정보다 넓은 이유는 쾌적한 공간구성이 필요해서다.

하지만 더현대는 인도 폭을 2m로 줄여 감속차로(길이 150m)를 만드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렇게 되면 인도(2m)와 감속차로(2.75m)를 합한 폭이 4.75m여서 당초 인도(4.5m) 폭보다 한 뼘(0.25m) 정도를 초과한다. 더현대는 0.25m를 공개공지에서 확보해 기부채납한다는 것이다.

중로 1-가호선도 마찬가지다. 더현대 출입구가 있는 이 도로 양쪽에는 3m 인도가 있고, 경계선에 공개공지가 있다. 더현대는 이곳의 인도도 2m로 축소해 감속차로(길이 74m)를 만들고 초과하는 1.75m를 기부채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방안은 광주시 소유 인도를 활용해 감속차로를 만드는 대신 더현대 소유 부지의 최소 면적을 기부채납하는 꼼수여서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더현대와 신세계 복합쇼핑몰이 들어서는 광주 임동과 광천동 일대를 보행자 중심도로로 만든다는 광주시 정책에도 역행한다.

이 같은 방안에 대해 광주시는 난감해하고 있다. 더현대에 신속한 인허가를 약속했지만 특혜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서다.

광주시 관계자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면서 “결정은 심의 위원들이 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더현대 역시 즉답을 피했다. 더현대 관계자는 “현재 광주시와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방국진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