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3대 하천 준설 '갑론을박'
장마 대책으로 추진
“효과 없고 돈만 낭비”
대전시가 진행하고 있는 3대 하천(갑천 대전천 유등천) 준설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전시는 수년째 장마피해가 급증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대전충남녹색연합 대전환경운동연합 등 대전지역 환경단체는 23일 ‘2024년 준설현장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하며 “효과 없는 준설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올해 상반기 하천 준설에도 장마기간에 여전히 하천범람과 수해가 발생했고 최근 준설한 지역을 돌아본 결과 재퇴적 현상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모래와 자갈 등을 파낸 장소가 곧바로 다시 모래와 자갈 등으로 뒤덮였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하천 준설은 결국 예산만 낭비하고 생태계만 파괴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준설효과는 매우 단기적이었다는 주장이다.
대전 하천 준설 논란은 올해 상반기 대전시가 장마대책으로 준설을 강행하면서 불거졌다.
대전시는 올해 3~7월 3대 하천 6개 권역에 41억원을 투입, 12만8000㎥의 모래와 자갈 등을 파내는 준설작업을 진행했다. 지난해 장마기간 교통을 통제했던 위험교량 주변 등이 대상이었다. 서구 아파트 침수와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소규모 준설을 진행한 2021년 하반기 이후 3년 만이다.
대전시는 올해 장마기간 피해가 컸던 만큼 내년에도 대규모 준설을 검토하고 있어 마찰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양측의 간극이 너무 크다는 점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물의 흐름에 따라 시간이 지나면 모래 등이 다시 쌓이는 재퇴적 현상은 불가피하다”면서도 “상식적으로 파낸 만큼은 물을 저장할 수 있어 장마에 유효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준설을 해도 장마 초기 해당 공간에 곧바로 물이 차기 때문에 하천 전체를 준설하지 않는 한 효과가 없다”면서 “특히 3대 하천에 보나 징검다리 등 횡단구조물이 많기 때문에 이들을 모두 철거하지 않는 한 빠른 재퇴적 현상은 불가피하다”고 반박한다.
준설에 대한 입장이 다르다보니 하천 장마대책도 엇갈린다. 대전시 관계자는 “퇴적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지역을 정기적으로 파낸다면 생태계에도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경호 사무처장은 “왜 준설을 만병통치약처럼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며 “오히려 준설보다 단기적으론 3대 하천 주변에 물 저장시설인 홍수터를 만들고 장기적으론 구역별로 물순환시스템을 재정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