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손해보험, 재해조사 전관특혜 의혹
수수료 높은 농작물조사물량 손해사정법인 중심 배정 … 강호동 회장 “제도개선 검토”
NH농협손해보험(대표 서국동)의 농작물 손해평가 업무 배정에 전관예우 등의 특혜가 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농작물재해보험 손해평가사업에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문금주 의원(더불어민주당·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은 NH농협손해보험이 손해평가 업무배정과 조사비용 지급에서 농협 출신이 있는 특정 손해사정법인에 특혜를 주고 있다고 지적하고 전관 실태조사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농협손해보험은 농협 출신 전관이 속한 손해사정법인에 대한 실태조사 자료가 없다는 답변을 23일 오후 문 의원실에 제출했다.
현재 농작물재해보험 손해사정은 NH농협손해보험이 손해사정법인이나 비영리 사단법인인 한국농어업재해보험협회, 한국손해평가사협회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문 의원이 농협중앙회와 NH농협손해보험에게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2024년 8월까지 농작물재해평가 조사 건수는 총 616만건으로 이중 협회 41.3%(254만5000건), 손해사정법인 36.2%(223만건), 지역농협 22.5%(138만7000건)를 차지했다. 하지만 조사비를 보면 손해사정법인 1672억원, 협회 984억원, 지역농협 283억원으로 법인이 가장 많았다.
협회가 처리하는 물량이 더 많았지만 실제 지급된 조사비는 손해사정법인이 688억원 더 많은 것이다. 조사 1건당 단가가 협회는 3만8672원인 반면 손해사정법인은 2배 많은 7만5010원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NH농협손해보험이 조사비 단가가 높은 원예시설 손해조사 업무를 손해사정법인에만 배정했기 때문이다. 2024년 8월까지 재해보험 손해조사 현황을 보면 원예시설은 전체 농작물 조사 건수의 4.6%(39만4000건 중 1만8119건)에 그치지만 손해조사비는 전체 수수료의 18%(241억6700만원 중 43억6800만원)를 차지한다.
NH농협손해보험측이 농협 출신 전관이 있는 특정 손해사정법인에 조사비 단가가 높은 업무를 맡긴 것이 아니냐는 특혜 의혹이 나오는 배경이다. 문 의원은 “이같은 차이는 조사 단가가 높은 원예시설 손해 조사 업무를 손사법인에만 배정해서인데 이 때문에 일감 몰아주기라고 지적되고 있다”며 “아울러 손해사정법인에만 1일 조사 수수료에 관리비(13만원)와 이윤(3만원)을 더붙여 지급하고 있어 특혜라는 현장의 목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 의원 측은 농식품부가 손해사정법인에 대한 실태를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 의원은 “속수무책인 자연재해 앞에서 농민들은 터무니없는 농작물 피해율 산정에 대해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도 농협손해보험은 특정 법인에 조사 물량을 배정해 과도한 수수료를 지급하며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며 “이같은 특혜, 몰아주기 행태는 결국 공정거래와 경쟁을 침해하는 것으로 실태조사를 통해 농협 출신 전관업체를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손해사정사들과 담당 부장들에게 개선을 강력히 요구했고 개선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며 “내년엔 관련 규정 등을 다시금 점검해 지적 사항을 적극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서국동 농협손보 대표는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김성배 이명환 기자 sb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