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 밀집지역에 취객 보호?
서울시 주취해소센터 계획
종로구·주민들 반발 커져
서울시가 종로구 무악동에 취객을 보호하는 구호시설을 계획 중인 가운데 구와 주민들 반발이 커지고 있다. 종로구는 23일 무악동주민센터에서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주취해소센터는 보호자에게 인계가 어려운 취객, 응급치료 후 일시적으로 보호가 필요한 주취자 등을 보호하는 임시 구호시설이다. 기존에는 지구대나 파출소가 하던 역할이다. 의식이 없는 경우에는 응급의료센터로 이송했다. 서울에는 중구 을지로 국립중앙의료원과 종로구 평동 적십자병원, 중랑구 신내동 서울의료원, 동작구 신대방동 보라매병원까지 응급의료센터 4곳이 있다. 시는 응급의료센터를 그대로 운영하면서 내년 초 주취해소센터를 설치할 계획이다.
정확한 대상지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종로구는 시 재산인 무악동 옛 새마을금고로 추정하고 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이어지는 규모인데 지난달 재산관리과에서 자치경찰위원회로 관리권이 이관됐다. 시가 주취해소센터 대상지 조건으로 꼽은 종합병원도 가까이 있다.
소식을 접한 주민들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는 분위기다. 자녀 손을 붙들고 나온 주부부터 노년층까지 간담회장에만 150여명이 몰렸고 아파트단지를 중심으로는 반대 서명이 진행 중이다. 주민들은 주거지와 학교 한 가운데 취객을 모아 보호하겠다는 발상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무악동과 이웃 교남동에는 7300여세대가 거주하고 있고 일대에 독립문초등학교를 비롯해 4개 초·중·고교와 어린이집 9곳이 있다. 종로구는 서울시에 공식 입장을 요구하는 한편 반대 집회 등을 이어가는 주민들과 공동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정문헌 종로구청장은 “조용한 주거지 한가운데 설치하면 유흥가에서부터 이송해야 하니 기동력이 떨어지고 행정력이 낭비된다”며 “여건이 되는 곳에 설치해야 취객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치안 불안에 대한 심각한 우려와 함께 인근에 여러 교육시설이 분포해 있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며 “서울시가 사안의 심각성을 직시하고 일방적인 사업 추진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